유럽사태 계기로 본 한국의 난민상황
국제적으로 난민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다분히 체류기간 연장을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악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한 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국내에선 난민 신청을 하면 6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고 확정될 때까지 6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난민 신청 6개월 이후부터는 취업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난민 신청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일부 외국인은 심사에 탈락하면 이의를 제기해 난민위원회 심사를 다시 받고, 법원에 소송까지 내면서 시간을 끈다. 서류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재판을 미루기 일쑤여서 난민 신청부터 대법원 확정까지 통상 3∼5년이 걸린다. 대법원에 따르면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은 2013년 163건에서 올해는 7월까지 484건으로 급증했다. 재판에서 법무부의 불인정 결정이 번복돼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최근 3년 동안 판결한 851건 중 14건뿐이다.
난민 심사는 조사관이 당사자 면담과 주변 정황 등을 종합해 결정하는 만큼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어 일각에선 ‘원님 재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법무부 관계자는 “기독교로 개종해 고국으로 가면 핍박받는다는 이슬람 국가 출신 신청자에게 ‘십계명을 외워 봐라’ ‘예수님의 제자 12명 이름을 대 봐라’라는 식의 단편적인 질문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법무부가 담당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익법무관까지 심사에 동원하고 있는 것도 심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신지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