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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순문학 작가들 장르문학 문을 두드리다

입력 | 2015-09-08 03:00:00

리디북스 ‘전자책 스토리텔링 강연회’ 열기 가득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현대타워에서 열린 전자책 스토리텔링 강연회 현장. 김이환 장강명 정세랑(왼쪽부터) 등 문단의 젊은 작가들이 앞줄에 앉아 장르소설 출판사 파란미디어 이문영 편집주간(오른쪽)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판타지, 그딴 건 소설도 아니야’라고 혹평하던 평론가가 ‘해리포터’가 대박 나니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문학 작품’이라고 극찬하더군요.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도 과거에는 로맨스 소설로 통했죠. 음, 그런데 무조건 남녀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쓴다고 로맨스 소설이 되는 건 아니에요.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는 장르문학 특유의 ‘클리셰’(상투적 표현이나 상황)를 가져야 합니다.”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현대타워 7층. 전자책업체 리디북스에서 개최한 ‘전자책 스토리텔링 강연회’ 현장. 참석자 60여 명이 소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인기 TV 드라마의 원작소설 ‘해를 품은 달’ 등을 낸 장르소설 출판사 파란미디어 이문영 편집주간의 강의가 시작되자 청중의 눈빛이 반짝였다.

청중 가운데에는 각종 문학상을 휩쓴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작가 장강명,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정세랑, 문학동네 젊은문학상 수상자인 김이환 작가 등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소설, 전자책 강연을 들으러 온 까닭은?

이날 강연은 순문학 작가들의 요청으로 열렸다. 6월경 리디북스는 전자책 중흥을 위해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과 모임을 가졌고, 그 자리에 참석한 장강명, 정세랑 작가 등이 ‘전자출판과 장르문학의 문법을 배우고 싶다’며 특강을 요청한 것. 장르문학을 ‘격’이 떨어지는 통속물로 보는 그간의 문단 분위기로 보면 이색적인 일이다.

하지만 강연장에서 만난 장 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거의 북미 소설, 일본 추리소설과 ‘라이트 노벨(일본의 독자적인 소설 장르)’이 대부분이죠. 한국문학은 수년 전에 나온 ‘7년의 밤’(정유정)이 순위에 있는 정도예요. 책 읽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국내 문학 독자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문학과 전자출판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날 강연자로 나온 장르문학 전건우, 장예찬 작가는 전자출판의 일종인 ‘웹소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웹소설을 쓸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독자가 모바일 기기로 소설을 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문장은 최대한 짧고 △대화체와 시간 순으로 전개 △이미지가 떠오르게 표현 등 작은 화면으로도 읽을 수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 “돈이 몰리는 곳에 결국 인재가 몰릴 것”

예술적 수준이 떨어지는 ‘상업적 글쓰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순문학 작가들마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수익과 성장 가능성 때문. 네이버, 조아라, 문피아, 북팔, 예스24 등 웹소설을 연재할 매체가 많아진 데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200억 원에서 올해는 400억 원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업계 평균 정도의 순문학 작가와 웹소설 작가의 수익을 각각 비교해보니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순문학 작가는 평균적으로 1년에 장편소설 1편을 쓴다. 출판사와 계약해 300만 원 내외의 선인세를 받는다. 1쇄(3000부)가 다 나가는 경우가 드문 탓에 한 작품으로 1년에 벌 수 있는 돈은 300만∼500만 원에 그친다.

반면 웹소설 작가는 웹소설 업체와 3∼6개월 연재 계약을 하면 100만∼2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미리보기, 다시보기 등으로 수익이 추가돼 6개월이면 한 작품으로 1000만∼1500만 원의 수익이 보장된다. 지명도를 얻으면 한 작품을 여러 매체에 연재할 수 있고, 미리보기와 다시보기로 수익이 늘어 월 1000만 원 이상도 가능하다. 웹소설 작가 A 씨는 “한 달에 4000만 원까지 벌어봤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필명’으로 웹소설에 도전하려는 순문학 작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심상대 작가도 지난해 네이버에서 웹소설을 연재했다. ‘은행나무’ 이진희 편집주간은 “모바일 포맷에 적합하면서 작품성도 뛰어난 새로운 형태의 문학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