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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엔 이게 보인다]“신에 대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을 깨라는 메시지 큰 울림”

입력 | 2015-09-08 03:00:00

광명스님이 본 印영화 ‘피케이’




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는 외계인 피케이(왼쪽)가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속에 종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아냈다. 시네드에피 제공

3일 개봉한 인도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는 겉으로는 다소 허술해 보이는 SF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종교 사회인 인도 사회에 대한 성찰과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단한 질문을 감추고 있다. 인도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아미르 칸이 주인공을 맡아 지난해 인도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 비로선원장인 광명 스님의 도움으로 영화 속 종교적 메시지에 대해 짚어봤다.

영화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학 중인 자구(아누슈카 샤르마)가 바이런(산자이 두트)과 사랑에 빠지는 데서 출발한다. 힌두교 신자에 인도인인 자구와 이슬람교 신자에 파키스탄인인 바이런은 집안 반대에 부딪혀 결국 헤어지고, 자구는 인도로 돌아와 방송국 기자가 된다.

한편 지구로 온 외계인 피케이(아미르 칸)는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우주선 리모컨을 도둑맞아 버려진 처지다. ‘신에게 빌면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는 말에 혹한 피케이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 등 온갖 종교의 관습을 모두 따르며 자신을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광명 스님은 “인도 인구의 약 90%가 힌두교 신자인데, 힌두교는 다신교 사상을 바탕으로 정해진 교리나 특정 신에 대한 신앙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불교의 석가모니나 이슬람교의 마호메트도 자신들의 신 중 하나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신과 각각의 신을 모시는 신전, 사제가 난립하는 영화 속 인도 사회의 모습은 이런 힌두교의 특징 때문이라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해 기도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피케이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인간이 신의 자식이라면 어째서 신은 인간의 소원을 바로 들어주지 않고 재산을 바치라거나 고행을 하라고 시키는 것일까?” “사제는 신을 중계한다고 하지만 실은 가짜 신을 연결해 주는 것은 아닐까?” 피케이를 우연히 만난 자구는 천진난만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그의 질문에 반해 피케이를 방송에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광명 스님은 “종교의 허례허식을 혁파해야 한다는 주제는 불교와 일맥상통하지만, 신은 존재한다는 대전제가 있다는 점에서 불교보다는 이슬람교나 기독교에 더 가까운 관점의 영화다. 불교에서는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 유일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사제가 공포심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재물을 대가로 복을 비는 모습은 모든 종교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나는 나를 만든 신을 믿고 의지하지 인간이 만든 신, 사제가 만든 신은 믿지 않는다’, 즉 신에 대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을 깨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모든 종교인이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