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듯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들 우린 상대에 대한 예의 표시로 때로 시민적 무관심 보여주지만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행동으로 ‘무관심’이 퇴화하는 건 사절 모바일 사용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처럼 주위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수다를 떠는 경우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는 경우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낄낄거리는 경우든, 모바일 기기를 손에 든 주인공들은 옆자리의 나를 ‘투명인간’ 취급함은 물론 내가 그들 이야기를 엿듣거나 그들 행동을 곁눈질로 관찰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붉은 신호등에서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볼 경우 응시의 대상이 된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해 보았다.
물론 우리가 의도적으로 무관심을 표출해야 하는 상황은 주위에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엘리베이터 안이나, 공중목욕탕 화장실 찜질방처럼 낯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불편한 공간에 있을 때면 우리는 상대방을 향해 예의를 갖추는 의미에서 애써 무관심을 유지한다.
하지만 ‘시민적 무관심’이 합의를 기반으로 한 예의를 넘어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무례함으로 퇴화하는 것만큼은 절대 사절하고 싶다. 모바일 기기를 손에 든 우리는 너나없이 종종 유체이탈(?)을 하곤 한다. 회의 중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 수업 중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 시시때때로 검색 창으로 눈을 돌려 검색에 빠져드는 모습은 이미 일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예전엔 대화 중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민망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끄곤 했던 우리도 이젠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받는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노라니 사진작가 베이비케이크스 로메로의 연작 ‘대화의 죽음’에 포착된 모습 그대로,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슬픈 풍경’이 이어지고 있음에랴. 사진 속 무리들은 분명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고 있긴 한데 정작 시선은 휴대전화 화면 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에 머물거나 휴대전화를 매개로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준 바로 그 기술과 도구 덕분에 정작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상호작용에 충실할 수 없음은 역설치고는 너무 슬프지 않은가.
이제 휴대전화의 편리함과 효용성의 가치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휴먼 터치와 진정성이 기반이 되는 상호작용의 의미를 간직할 수 있는, 새로운 에티켓을 위해 합의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