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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홍성담 ‘김기종의 칼질’ 그림 결국 내렸다

입력 | 2015-09-08 21:40:0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를 옹호하는 투의 글을 담은 홍성담 작가의 아크릴화 ‘김기종의 칼질’을 전시해 논란을 빚은 서울시립미술관이 결국 이 그림을 철수하기로 했다. 전시를 비판한 동아일보 기사(8일자 A8면)가 보도된 지 반나절 만이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그림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행사 전체의 취지가 훼손되고 다른 참여 작가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해당 그림을 전시실에서 치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기획의도와 다르게 논란이 일어 즉시 철수시켰다. 향후 전시출품작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기종의 칼질’은 4~13일 서울 관악구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에서 열리는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공허한 제국’ 참가작이다. 가로 1.3m 세로 1.6m 크기 캔버스에 조찬행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든 김 씨와 넥타이를 붙들려 넘어진 리퍼트 대사의 모습을 그렸다. 복판 테이블에는 “미국에 전시작전권을 바친 걸 보면 일제강점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김기종은 칼질로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죽인 안중근 의사도 우리 민족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했다”는 글을 적었다.

외교사절에게 칼을 휘둘러 수감 중인 인물을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에 빗댄 홍 씨의 글이 동아일보에 보도되자 미술관에는 아침부터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본보 기사 웹페이지에도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미술관에 이런 그림이 버젓이 걸리다니 충격이다” “테러와 독립운동도 구분 못하나” 등의 독자 댓글이 올라왔다.

김 관장은 “전시총감독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행사 취지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길 바랐지만 큰 그림에서의 예술가 지원책을 언급했던 박원순 시장에게까지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전시를 총괄한 홍경한 총감독은 “작품 한 점이 전시의 본질과 다르게 정치적 이슈가 되고 전시가 추구한 시대정신 고찰 문제가 이데올로기화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서둘러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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