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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공해 대명사’ 부천 삼정동소각장 예술이 되다

입력 | 2015-09-09 03:00:00

2010년 가동중단후 문화재생 추진… 폐자재 활용한 생활용품 제작展 등
시민참여 ‘파일럿 프로젝트’ 잇달아




다이옥신 과다 배출로 혐오 대상이었던 부천시 삼정동소각장이 문화재생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색적인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소각장 내에 전시된 작품. 부천시 제공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삼정동소각장’은 개통 2년 만인 1997년 악취와 함께 기준치 20배를 넘는 다이옥신을 배출했던 곳이다.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면서 2010년부터 가동이 중단된 이곳에서 독특한 방식의 문화재생사업이 본격화됐다. 정부의 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돼 기존 소각장 시설을 존치시키면서 역사성과 미적 가치를 활용하는 융·복합 문화예술공간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된다. 아직 리모델링 설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시민 참여 ‘파일럿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일부터 24일까지 폐자재 및 조명을 활용한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쉬어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부천지역 청소년 50명을 모아 작가와 함께 ‘예술 벤치’를 15개가량 만들어 소각장 인근 거리에 설치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멋진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또 다음 달 24일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융·복합, 재생, 공간’을 주제로 삼정동소각장의 미래 가치와 용도를 찾아 나서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자원재생, 퍼포먼스, 서커스, 사운드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과업을 발표하고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국의 대안공간들이 모여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AR TOWNS’ 축제가 다음 달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삼정동소각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창작공간 여인숙’ ‘미디어극장 아이공’ 등 국내 40여 개 비영리 전시공간과 창작공간이 전국을 돌며 활동성과와 콘텐츠를 교류하는 아트페스트벌. 문화 비평가 작가 기획자들도 참여해 심포지엄과 워크숍을 갖는다. 11월 14일엔 일본 요코하마 ‘뱅크아트 1929’와 대만 ‘아트빌리지’ 등 아시아 유명 문화재생지구의 총괄 기획자들도 참석해 ‘아시아와 도시, 그리고 문화 콘텐츠’란 주제로 토론한다.

삼정동소각장은 5년간 사용이 중단되면서 녹슨 고철덩이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아직 리노베이션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불친절하고 날것’의 공간에서 이런 문화예술행사가 펼쳐지자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7월 15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선보인 ‘공간의 탐닉전’이 이런 행사의 첫 테이프였다. ‘김치앤칩스’ 등 부천에서 활동하는 예술단 소속 등 19명의 작가 작품을 쓰레기를 저장했던 지하 9m 벙커와 소각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39m 벽면에 전시했다. 예술가 단체인 ‘예술 장똘뱅이’의 문화장터, 라이브 아트쇼, 공공미술 제작 워크숍 등의 부대행사도 펼쳐져 시민 수천 명의 발길이 소각장을 찾았다. 수, 토요일엔 ‘태양열 에너지 요리체험’ ‘상상놀이터’ ‘도시재생 토크콘서트’ 등 이색 코너도 있었다.

부천시는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수렴한 시민의견을 소각장 리모델링 설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소각장 총면적 8074m²(지상 6층 높이) 중 공장동과 관리동 5346m²에 다목적 공간, 교육 공간, 어린이 공간, 도서관, 커뮤니티 공간을 배치할 계획이다.

유자영 부천시 삼정동소각장 문화재생TF팀장은 “올 12월 설계용역이 시작되는데 ‘건강카페’ 등 시민들이 제안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투영된 문화재생사업이 이뤄질 것이다. 리모델링 완공 전까지 뮤직스튜디오, 패션디자인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기획전시 및 공연이 지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032-320-6365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