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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정개혁 없는 3년째 ‘돈 풀기’ 예산안으로 경제 살리겠나

입력 | 2015-09-09 00:00:00


정부가 올해보다 11조3000억 원 늘린 386조7000억 원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22조8000억 원(5.5%) 늘어난 ‘슈퍼 예산’이자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높은 ‘확장적 예산’이다. 복지 예산은 2014년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은 후 올해 110조 원, 내년엔 120조 원(전체 예산의 31.8%)을 돌파해 한번 늘린 복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면서 정작 성장의 밑거름이 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을 줄였다.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성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예산안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가 채무는 올해보다 50조1000억 원 증가한 645조2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 대비 40.1%로 치솟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국가 채무 비율이 30% 선을 넘은 지 7년 만에 재정 건전성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40%가 깨지는 것이다. 나랏빚은 내년 이후에도 빠르게 늘어 후임 정부가 700조 원 규모를 떠안아야 할 판이다.

정부는 ‘돈 풀기’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야 세수가 늘고, 재정 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할 때”라고 했으나, 빚을 냈는데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3%에서 올해는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총리는 어제 “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위해 전면적인 재정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 계획을 세울 때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는 약속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내년 예산안이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에 최우선을 두었다고 하나 정부가 직접 노인과 청년을 고용하는 임시방편으로는 재정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 1조 원 이상 늘린 국방 예산도 방위산업 비리로 줄줄 새나가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 여야 의원들은 행여나 지역구 예산 챙길 생각 말고 꼼꼼히 예산안을 살펴 비효율과 낭비 요소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걷어내기 바란다. 복지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지금 한국 경제의 전망은 캄캄하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가계대출에 짓눌린 소비와 내수 역시 지지부진하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의 ‘차이나 쇼크’ 속에 미국이 금리까지 올리면 제2의 동남아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재정 확대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민간의 경제 활력을 살리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