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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영빈관 ‘大觀亭’ 유구 보존 논란

입력 | 2015-09-09 03:00:00

웨스틴조선호텔 건너편 주차장… 6성급 호텔 추진에 학계 반발
9일 서울시 도계위서 최종 결정




대관정은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가 지은 주택으로 고종이 영빈관으로 쓰기 위해 1898년 매입했다. 문화재청 제공

대한제국 영빈관이었던 대관정(大觀亭) 유구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대관정은 현재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건너편 주차장에 있었다. 대한제국 영빈관으로 쓰이다가 을사늑약 전 일본군 사령부가 들어섰다. 일제강점기엔 경성부립도서관으로 이용됐고 광복 후에는 민주공화당 당사로 쓰이기도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2일 심의에서 대관정 터에 호텔을 짓겠다는 부영의 건축허가 신청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최근 발견된 초석과 벽돌 등 대관정 유구를 호텔 2층에 이전해 복원하는 조건이다. 9일 열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통과되면 호텔 건립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선 대한제국의 흔적과 을사늑약의 강압성을 보여주는 대관정의 유적을 사적으로 지정해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위의 이전 복원안은 유구를 파내는 것인 만큼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것.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대관정에 머물면서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총지휘했다”며 “국권 침탈의 핵심 장소인 대관정 유적을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세가와는 을사늑약 체결 당일 대관정에 있던 병사들을 이끌고 고종이 머물던 수옥헌으로 쳐들어가 무력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적 지정 시 땅 소유주인 부영에 지급해야 할 토지보상금이 3000억 원”이라며 “완전한 원형 보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종로 피맛골처럼 전체 유구를 유리로 덮어 보존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호텔 설계 변경을 해서라도 전시 공간을 조성해 유적을 보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