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정화라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사실상 졸속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이에 대한 반발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하반기부터 정치권이 제기한 국정화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교육부는 지난해 1월 당정협의를 기점으로 태도가 바뀌어 “6월까지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유야무야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와 9월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 정책연구 토론회’를 잇달아 열고 국정화를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과 검정 체제에 대한 4가지 방안을 내놓고 10월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역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조만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국정 체제 전환이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 검인정 체제를 기본으로 하되 집필과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져 왔다. 8일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10개 시도 교육감들이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국정화 자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국정화를 결정하는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와 법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쟁점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교육부 관련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도 이런 부담 때문에 국정화 발표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오류 없는 교과서 집필 대책을 내놓는다면 그나마 논의의 여지는 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너무 자주 바뀌고, 집필부터 검수에 이르는 과정이 짧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상 이런 대책이 함께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