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 ‘미스터 하이네켄’-일드 ‘레이디 조커’
맥주회사 사장을 납치해 대가를 받아낸다는 줄거리의 영화 ‘미스터 하이네켄’(왼쪽)과 드라마 ‘레이디 조커’. 시네마리퍼블릭 제공·일본 와우와우TV 화면 캡처
‘레이디 조커’는 1984, 1985년 일본을 휩쓴 글리코·모리나가 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당시 범인은 글리코, 모리나가, 후지야 등 식품회사 여러 곳의 제품에 독극물을 넣겠다며 무차별 협박했다.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지만 공식적으로는 돈이 건네진 적이 없고, 범인이 지금까지도 잡히지 않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드라마에서는 식품회사 대신 히노데 맥주라는 가상의 맥주회사가 등장한다. 작은 약국을 운영하는 모노이(이즈미야 시게루)의 사위와 외손자가 히노데 맥주와의 악연으로 잇달아 죽는다. 이를 계기로 모노이는 경마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히노데 맥주에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한다. 친구들이란 승진 경쟁에서 밀려난 형사, 공장 기술자, 트럭 운전사 등으로, 평범하지만 ‘대박’도 없는 인생들이다. 이들은 히노데 맥주의 사장을 납치했다가 곧 풀어주며 경찰에 알리지 않도록 경고한 뒤 맥주에 이물질을 넣겠다는 협박으로 돈을 받아낸다. 여기에 히노데 맥주의 주식으로 이득을 보려는 투기꾼과 야쿠자, 야쿠자와 얽힌 정치권의 검은 속내까지 한데 뒤엉키며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레이디 조커’는 사건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명암에, ‘미스터 하이네켄’은 범인과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변화에 집중했지만 결말이 남기는 뒷맛은 모두 맥주처럼 씁쓸하다. 막대한 돈을 건 도박은 인생을 바꿔놓기 마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의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은 범인들이 자신들의 뒤집혀 버린 인생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루저’들의, 세상을 상대로 한 도박은 결말이 정해져 있는 법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