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불법 몰래카메라 집중 단속에 나선 경찰이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위장한 몰카를 대거 적발했다. 하지만 몰카 공포를 조성한 ‘워터파크 몰카 영상 유출’ 사건 때 이용된 몰카는 단속 근거가 없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생활용품으로 위장한 초소형 캠코더 형태의 몰카를 전파법상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고 유통한 혐의(전파법 위반)로 유명 몰카 쇼핑몰업체 대표 신모 씨(48)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신 씨 등은 2월부터 최근까지 2억 원 상당의 몰래카메라 22종, 1000여 개를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전파인증을 받지 않고 수입하거나 밀반입한 몰카에 위조한 인증표시를 붙여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유통한 몰카는 안경, 넥타이, 담뱃갑, 옷걸이, 벽걸이용 시계 등 생활용품과 형태가 똑같아 겉보기에 구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워터파크 몰카 행각을 벌인 최모 씨(26·여)가 이용한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의 몰카는 여전히 유통 중이다. 대만산 49만 원짜리 몰카로 최 씨가 샤워장, 탈의실을 185분 동안 활보하며 200여 명의 알몸을 찍었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번에 검거된 신 씨의 쇼핑몰에서도 해당 카메라를 판매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파법상 적합성 평가를 통해 인증·등록된 제품은 단속할 근거가 없다. 시중 유통 중인 몰카 대부분이 합법적인 제품이다”고 밝혔다.
경찰이 대거 적발한 몰카도 전파법상 적합성 평가만 받으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일부 업체는 최고 800만 원까지 드는 검사 비용과 6개월가량 걸리는 평가 기간 때문에 인증 받지 않은 몰카를 유통했다. 경찰은 미래창조과학부, 관세청 등과 협조해 몰카형 카메라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