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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까지…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입력 | 2015-09-09 16:01:00


‘파수꾼’(2010년) ‘잉투기’(2013년) ‘소셜포비아’(2015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년)…. 최근 몇 년 간 화제를 모았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제작연구과정에서 배출됐다는 것. 이 과정은 KAFA 정규과정(중·단편 중심의 1년 과정) 졸업생 중 선발된 소수의 학생이 장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개봉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흔히 말하는 ‘졸업 작품’이지만 뛰어난 완성도로 주목받는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배출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 배출의 산실

장편과정에서 배출한 작품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10년 ‘파수꾼’부터다. 관객 2만 명이 넘었고 주연 배우 이제훈이 스타덤에 올랐다. 장편과정 작품으로 데뷔한 배우 중에는 주목 받는 신인으로 발돋움한 경우가 적지 않다. 6기 작품 ‘들개’(2013년)는 ‘미생’으로 인기를 끈 배우 변요한의 장편 데뷔작이다. ‘차이나타운’ ‘소수의견’ ‘베테랑’ 등에 잇달아 출연한 엄태구, 방영 예정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는 류혜영, 류준열, 드라마 ‘프로듀사’ ‘식샤를 합시다2’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이주승 등도 ‘소셜포비아’ ‘잉투기’ 등에서 처음 주목받았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배우 오디션에는 2000여 명이 몰렸다.

●탄탄한 제작 및 상영 지원

2006년 처음 개설된 장편제작연구과정은 매 기수마다 극영화 2편, 애니메이션 1편을 제작한다. 지원액 7000만 원을 포함해 KAFA의 기자재나 소속 스태프를 활용할 수 있어 실질 제작비는 편당 2억 원 선. 박흥기 KAFA 배급팀장은 “중·단편까지 포함해 KAFA는 한해 50여 편을 제작한다. 영화학교라는 특성상 최신 장비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가 상업영화 이상”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CGV 아트하우스(당시는 무비꼴라주)와 KAFA가 산학협력을 맺어 극장 상영 및 홍보·마케팅 지원을 받게 됐고, 2012년부터는 CGV 아트하우스가 배급까지 맡고 있다. ‘잉투기’(약 1만 7000명) ‘소셜포비아’(약 25만 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4만 2000여 명) 등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1대1로 집중 관리

장편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직 감독과 프로듀서가 교수진이나 외부강사로 나서 각 작품의 감독을 1대1로 집중 관리하는 멘토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또 전체 교수진이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 편집 등 각 작품의 주요 단계마다 난상토론을 거쳐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영화 ‘해운대’ ‘통증’의 프로듀서이자 7년째 KAFA 제작총괄 책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지승 프로듀서는 “KAFA는 상업적 기준 대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관객과 제대로 소통 하는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신인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며 데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편과정 8기로 영화 ‘양치기들’을 연출 중인 김진황 감독은 “의외로 작품에 대한 객관적 의견이나 비평을 듣기 힘든데 장편과정에선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30일 열리는 기획전 ‘KAFA FILMS: 나쁜 영화들’에선 올해 KAFA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작품과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선지자의 밤’, 애니메이션 ‘화산고래’와 ‘창백한 얼굴들’이 볼 수 있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