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경제쇼크’ 현지르포]<下>한국 ‘2차 충격’ 대비하려면
지난달 31일 중국 광둥 성 선전 시 바오안 구의 가구단지. 최근 선전 내 가구제조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선전=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그로부터 6년이 흐른 뒤 최근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시 찾은 중국의 분위기는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져 있었다. 현상 유지는커녕 폐업이나 철수, 공장 이전마저 생각하는 한국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과거 중국은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건져주는 튼튼한 동아줄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 매듭이 헐거워지면서 중국에 의지하던 한국마저 동반 추락할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한국 기업과 정부가 중국 경제의 기조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고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중국발 실물경제 충격 이미 시작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8월 한국의 대외(對外) 수출은 1년 전보다 14.7% 급감했고 이 중 중국에 대한 수출도 석유제품, 철강 등을 중심으로 8.8%나 줄었다. 이달 중국의 대외 수입이 14% 이상 줄어든 영향을 그대로 받은 것이다. 또 앞으로도 위안화 가치의 평가절하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 내수시장과 글로벌 마켓에서 중국 기업들에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는 일이 계속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은 중국발 위기의 ‘2차 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 불안이 중국 경제와 관계가 깊은 신흥국의 자본 유출 등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선진국을 거쳐 한국에 악영향을 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중국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다양해졌다”며 “그만큼 우리도 더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6%대 후반으로 추산되는 중국의 성장률이 가까운 시일 내에 5%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착륙 시나리오’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내려가면 한국의 수출증가율 및 경제성장률이 각각 2.2%포인트, 0.6%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 “어려울 때일수록 기초체력 키워야”
중국의 변화에 맞서 산업계도 신중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는 기술개발과 신(新)시장 개척은 물론이고 핵심 업종의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등도 포함된다. 벤치마킹할 사례들도 있다. 과거 중국과의 경쟁으로 고전하던 일본의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등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해 요즘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도 “조선 철강 등 전통 산업들은 이미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진 않더라도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새로운 고부가 산업에서 중국과 제대로 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동개혁, 규제완화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존 정책수단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중국발 위기에 맞서려면 재정·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에 힘써야 한다”며 “진단과 처방이 다 나와 있는데 정치권과 국민적 합의의 문제 때문에 치료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이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내수 쪽으로 급회전하고 있다”며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완제품 수출에 힘을 쓰고 중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이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
▽팀원=유재동 경제부 기자
베이징·상하이=정임수 경제부 기자
둥관·선전=김재영 경제부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