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경제쇼크’ 현지르포] 자금 이탈로 외환위기 경보음… WSJ “中 침체가 美엔 약 될수도”
중국의 경기 둔화는 단지 중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시장인 중국 경제의 엔진이 급격히 식어가면 2008년 금융위기처럼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對)중국 및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의 수요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경제 둔화가 주요국의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한 상태다.
7월 독일과 일본의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8%, 13.6% 급감했고, 인도(―9.9%) 말레이시아(―8.6%) 등도 대중 수출이 줄면서 성장률이 하락했다.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외환위기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델리티글로벌의 도미닉 로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11∼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에 이어 중국발 신흥시장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3차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성장 둔화에 남몰래 웃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경기침체가 미국 경제에는 오히려 약(藥)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 억제와 미국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 증가, 미국 서비스업 수출 확대 등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또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고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1%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도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미국의 GDP 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그 정도는 침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의 경쟁국인 인도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일 인도 내 재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성장이 둔화되는 중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인도가 앞으로 더 많은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대만의 팍스콘, 독일의 지멘스, 중국의 샤오미 등 제조업들이 중국을 떠나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