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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 대표, 말뿐인 혁신에 ‘재신임 꼼수’로 집권 바라는가

입력 | 2015-09-10 00:00:0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안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저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단결이냐, 분열이냐. 당내민주주의는 물론 기강조차 위협받고 있다”는 말로 자신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 주류를 혁신과 단결 세력으로, 비주류를 기득권과 분열 세력으로 가르면서 “혁신, 단결, 기강과 원칙의 당 문화를 세우기 위해 재신임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어제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지금 야당의 혁신 정도로는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의 연대 가능성 등 신당 창당 움직임과 비주류의 공격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제 당무위를 통과한 혁신안은 친노가 다수를 차지한 중앙위에서 16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는 ‘혁신안이 통과되면 더이상 당과 대표를 흔들지 말라’는 엄포성 꼼수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표의 회견이 새정치연합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는 2월 8일 당 대표 당선 일성으로 “분열을 버리고 변화하고 단합하겠다”고 밝힌 대로 자신부터 변하기는커녕 친노 계파이기주의에 갇힌 인사, ‘운동권 행태’나 다름없는 정치를 답습해 4·29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문 대표가 수습책으로 내세운 당 혁신위원회도 사무총장 폐지, 공천제도 개혁 같은 계파 갈등과 관련된 혁신안을 맴돌았다. 혁신위 출범 당시 야당 지지도 23.2%는 지금 22%로 되레 떨어진 상태다.

당의 분란은 근본적으로 문 대표에서 비롯된 문제다. 분명 존재하는 친노 패권주의를 없다고 부정하고,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국회법 시행령과 연계하는 등 끝없이 국정의 발목을 잡아온 문 대표의 리더십이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노려 문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친노 주류세력이 한계를 노출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129개 의석의 제1야당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를 이뤄내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남북 화해에도 일조한 정통 야당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후 진화하지 못한 386 운동권세력은 ‘무상복지’ 포퓰리즘 공약까지 국민의 신뢰를 잃자 더는 정치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이제는 ‘환골탈태’라는 주문을 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제1야당이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