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90년 9월 10일
드라마나 영화는 기본적으로 극적인 말 그대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에서 그려내는 캐릭터로도 이야기한다. 캐릭터의 겉옷은, 단적으로 이를테면 직업이다. 극적인 캐릭터는 그 직업 자체로도 현실성을 얻는다. 그래서 극을 만들어가는 제작진에게 캐릭터의 직업은 또 하나의 고민거리다.
1990년 오늘 오후, 서울대 국악과 학생 50여명이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MBC가 방영 중이던 월화드라마 ‘춤추는 가얏고’(사진)의 내용에 대한 항의였다. 대학생들은 앞서 1일과 4일 MBC를 항의방문해 드라마의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국악과 교수들 역시 MBC에 대한 항의 대열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는 전체 국악계로 번져 나갔다.
급기야 서울대 학생들이 항의농성을 벌이자 MBC 측은 “드라마의 내용은 특정학교와 관계 없습니다”라는 사과자막을 방송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허구인 드라마에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드라마의 기본구도는 선악의 대결로부터 선을 쟁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방송개발원은 10월 이 드라마를 주제로 한 TV프로그램 연구 토론회를 열어 양측의 입장을 듣고 특정 직업군과 분야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토론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논쟁은 결국 드라마가 당초 기획의도를 구현해내면서 잦아들었다. 주연 고두심은 이금화 역을 연기하며 그해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