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중 난민 발걸고 어린이 폭행 SNS에 동영상 공개돼 비난 빗발… 소속 방송사 “기자 해고” 진화나서 기독교 지킨다며 난민수용 소극적…오르반 헝가리 총리에도 비난 화살
국경지대 난민을 발로 걷어차는 동영상이 공개된 헝가리 여성 카메라기자 라슬로 페트러. 그는 8일 자신이 몸담고 있던 방송사 N1TV에서 해고됐다(왼쪽 사진). 라슬로가 아이를 안고 도망가는 난민 남성을 막아서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모습(가운데 사진). 그의 발길질에 넘어진 난민 남성이 아이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 데일리메일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은 8일 헝가리 극우정당 요비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방송사 N1TV의 라슬로 페트러 기자가 세르비아와 인접한 국경지대 뢰스케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시리아 난민을 촬영하다 이들을 발로 차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약 20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기자는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도망가는 장년 남성의 발을 고의적으로 걸어 넘어뜨리고 다른 아이 두 명에게도 거센 발길질을 했다. 넘어진 남성이 신음하며 항의했지만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계속했다.
이 동영상은 함께 현장에 있던 독일 방송기자 슈테판 리히터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를 공개해 알려졌다. N1TV는 이날 오후 “라슬로를 해고했다”고 밝혔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헝가리 야당은 라슬로를 폭력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을 받는다.
2010년부터 집권해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52)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중 난민 수용에 가장 소극적이다. 그는 최근 세르비아와의 국경선에 높이 4m, 길이 175km의 3중 철조망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경찰 3000명을 국경에 상시 배치했다. “무슬림 난민 때문에 유럽 기독교 전통이 훼손되고 있다” “난민은 위험에 처한 망명자가 아니라 안락한 독일식 삶을 원하는 이민자다” 등 난민 비하 발언도 일삼았다. 외신들은 “오르반은 유럽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비판했다.
헝가리의 이런 태도는 일자리 및 민족 정체성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헝가리에 거주하는 15∼64세 외국인 취업률은 67.9%로 같은 연령대 헝가리인 취업률 58.2%보다 높다. 반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독일은 외국인 취업률이 독일인 취업률보다 6%포인트 낮은 데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내심 난민 유입이 숙련 근로자 부족난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헝가리가 유럽에서 드물게 인종, 종교적 동질성을 지닌 나라라는 점도 난민 수용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인구 987만 명의 83.7%가 마자르족이며 종교도 개신교(52.9%), 가톨릭(37.1%), 칼뱅교(11.1%)로 절대 다수가 기독교다. 이미 500만∼600만 명의 무슬림 인구가 생활하고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과 대조적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