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재신임카드’ 놓고 갈등 격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럼에도 이날 문 대표가 전격적으로 재신임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거듭 제기하는 ‘혁신 실패론’과 퇴진론에 떠밀린 고육지책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단결이냐 분열이냐”며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분열적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혁신 대 기득권 프레임을 씌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군인 줄 알았던 정 전 대표마저 ‘퇴진론’을 제기한다면 문 대표로선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 전 대표는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먼저 하자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혁신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이고 대표직을 흔드는 움직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은 이미 있었다”고 해 이날 기자회견이 급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도 지난달 “혁신안 통과를 갖고 (재신임을) 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할 경우에도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등을 통해 재신임을 묻기로 했다.
이날 밝힌 ‘뉴파티(New Party)’ 구상을 떠밀려서 실행하기보다 주도적으로 꾸려 나가겠다는 문 대표의 뜻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노 진영에서는 이날 당무위를 통과한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가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은 당 대표직 유지를 위해서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혁신안이) 중앙위에서도 큰 문제 없으면 의결되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재신임을 물었다면 내부 갈등이 적었을 텐데…”라며 혀를 찼다.
다만 박지원 의원은 “당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문 대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비노 일각에서는 재신임 절차를 거부하고 대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