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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승건]잊혀진 전설 다시 볼 날은…

입력 | 2015-09-10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야구 선동열(52), 농구 허재(50), 축구 홍명보(46). 스포츠 팬이 아니어도 모를 리 없는 이름이다.

선동열의 수식어는 ‘국보 투수’였다. 프로야구 3년 연속(1989∼1991년) 3관왕을 달성한 투수는 그가 유일하다. 이제는 멸종된 0점대 평균자책을 3차례나 기록했다. 그의 전성기 때 대학가에서는 ‘선동열 방어율(평균자책)’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학점 나쁜 학생들이 자조적으로 쓰던 말이었다.

허재는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다. 실업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의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농구 1997∼1998시즌 준우승팀 선수로는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가 됐다. 허재가 손가락 탈골에 눈두덩이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도 코트를 누볐던 기아와 현대의 챔피언결정전은 지금도 최고의 명승부로 회자된다.

홍명보는 ‘영원한 리베로’로 통했다. 한국 선수로 가장 많은 A매치(대표팀 간 경기) 135회 출장 기록을 남겼고 선수로 4회, 코치로 1회, 감독으로 1회 등 6차례나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텃세가 심한 일본 리그에서도 통솔력을 인정받아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 주장을 맡았고, 2004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정한 ‘현존하는 세계 축구 100대 스타’에도 유일한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선수로서 독보적이었던 이들은 사령탑으로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선동열은 2005년 삼성에 부임하자마자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허재는 2005∼2006시즌 KCC를 맡아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009년, 2011년에 우승 감독이 됐다. 홍명보는 2012년 런던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이뤄냈다. ‘스타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조차 ‘스타 중의 스타’였던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차례로 야인(野人)이 됐다. 홍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7월 하차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재신임을 받았지만 여론은 등을 돌렸다. 선 전 KIA 감독도 재계약을 했지만 팬들의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자진 사퇴했다. 허 전 KCC 감독은 올 2월 시즌 도중 성적부진을 이유로 자진 하차했다. 팬들은 냉정하다. 응원하는 팀이 부진하면 그 화살을 감독에게 돌린다. 성난 팬들에게 ‘국보 투수’ ‘농구 대통령’ ‘영원한 리베로’는 과거일 뿐이다.

최근 선 전 감독이 ‘2015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되며 현장에 복귀했다. 허 전 감독과 홍 전 감독은 아직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이대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한국 스포츠 레전드 3총사를 다시 감독으로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이름값’ 대신 ‘실력’으로 재무장해 돌아온다면 머지않은 일일 것이다. 팬들이 등을 돌린 이유를 진심으로 깨달았다면 크게 반길 일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