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경제부
그가 주말도 반납하며 ‘열공’ 중인 이유는 평가 때문입니다. 지점 행원들이 내부 연수 프로그램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얼마나 취득했는지가 지점장 평가에 반영됩니다. “자격증 공부 열심히 하냐”란 지점장의 한마디가 몹시 부담스러운 겁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주경야독하는 은행원도 많습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행원 1만6960명이 평균 2.04개의 내부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진행되는 관련 내부 연수에는 수천 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일부 은행은 주요 자격증을 딴 직원에게 평가 때 개당 0.1∼0.3점의 가산점을 줍니다.
은행원들이 공부에 매달리는 건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은행들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말 4780개였던 시중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현재 4422개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지점장이 될 확률도 줄었습니다. 취업준비생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도 이제 공부하지 않으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경쟁의 장이 됐습니다.
박민우·경제부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