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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MOVIE]“왕이기 때문에 아들도 죽여?” “일국의 원톱이니 그럴 수도”

입력 | 2015-09-11 03:00:00

추석대목 스크린 승자는?
<상> 전통 사극 ‘사도’




 《 ‘사도’(16일), ‘서부전선’(24일), ‘탐정: 더 비기닝’(24일) 등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 세 편이 잇달아 개봉된다. 각각 조선시대 궁중 사극, 6·25전쟁이 배경인 휴먼 코미디, ‘애 아빠’ 두 명의 코믹 탐정물이라는 점에서 관객 선택의 폭은 넓다. 영화 담당 기자 2명이 세 영화를 차례대로 뜯어본다. 시작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사도’(12세 이상). 사극 ‘왕의 남자’(2005년)로 1000만 관객을 넘겼던 이 감독이 ‘천만 배우’ 두 명을 주연으로 내세운 사극이라는 점에서 이번 추석 최대 흥행작으로 일찌감치 점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아들과 딸의 차이 때문일까? 두 기자의 입장은 조금 엇갈렸다. 》

영조(왼쪽)가 사도를 무릎 꿇린 채 잘못을 추궁하고 있다. 영조는 훗날 사도를 가둔 뒤주 앞에서 “내가 임금 아니고 네가 임금 아들 아니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느냐,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라고 한탄한다. 흥미진진 제공

▽이새샘=와, 처음부터 강렬하던데. 사도세자(유아인)가 스스로 지은 무덤에서 뛰쳐나와 아버지 영조(송강호)를 죽이러 달려가는 장면부터 시작하잖아.

▽김배중=다음 날 사도가 영조 앞에 끌려나와 뒤주에 갇히고, 죽기까지 8일간을 다뤘지. 그 8일 안에 아버지와 아들이 왜 멀어졌는지를 사도의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며 그려냈고.

▽이=현실과 플래시백이 각각 시간 순으로 진행돼 식상할 수 있는 짜임새지만 대사 하나하나까지 충실히 고증하면서 그 안에 인물의 감정을 잘 짜 넣은 것 같아.

▽김=그냥 고증만 잘했다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게 되는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텐데, 음악과 영상미 등 섬세한 연출 덕분에 ‘그럴 수 있었겠구나’ 하고 설득이 되더라고.

▽이=근데 난 마지막엔 몰입이 좀 흐트러지더라. 부자간의 애증으로 둘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결정적으로 영조가 왜 사도를 죽였는지는 ‘왕이기 때문에’라고 ‘퉁치고’ 넘어가잖아.

▽김=아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던데. 아버지랑 가끔은 ‘남자 대 남자’로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로 고집을 피울 때가 있거든. 하물며 한 나라의 ‘원 톱’인 왕인데. 남자라면 영조나 사도,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 둘 중 한 명에겐 반드시 몰입하게 될 것 같아.

▽이=소지섭이 어른 정조로 에필로그에 깜짝 출연한 건 어땠어? 영조와 사도의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고, 왕가의 반복되는 비극과 그 비극을 거부할 수 없는 부자의 애틋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알겠지만, 솔직히 사족 같았어.

▽김=영화 속 어른 정조(25세)는 사도세자가 죽을 때(28세)보다 더 어린 나이인데도 소지섭이 유아인보다 너무 중후해 보였지.

▽이=
이런저런 허점을 다 메워 주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연기야. 특히 송강호가 사도나 어린 정조(이효제)를 볼 때, 아버지의 눈빛과 왕의 눈빛이 뒤섞이는 순간을 표현해 내는 걸 보고 소름! 영화가 시종 무거운데, ‘넌 존재 자체가 역모야’ 같은 대사 하나로 웃음을 주면서 숨통을 틔우는 역할까지 너무 매끄럽게 해내더라고.

▽김=난 유아인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하더니 상승세야. 송강호에게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물 만난 고기 같던 걸. 아, 영화 ‘역린’(2014년)에선 죽은 사도세자의 엉덩이에 배설물 흔적까지 적나라하게 그렸는데 ‘사도’에서는 죽은 뒤의 모습마저 꽤 깔끔하고 처연해 보이더라. 유아인의 여성 팬을 배려한 거겠지?(웃음)

▽이=훌륭하지만 김해숙(인원왕후), 문근영(혜경궁 홍씨), 전혜진(영빈) 등 조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야. 거기다 어린 정조의 눈물 연기가 일품이었어. 완전히 눈물샘을 푹푹 찌르던데.

▽김=이준익 감독은 역시 ‘왕의 남자’처럼 한국적 한의 정서를 사극 안에 녹여 내는 데 탁월한 것 같아. ‘왕의 남자’만큼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퓨전 사극에 질린 관객들에겐 신선하게 다가갈 거 같아.

▽이=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에 출품하기 위한 한국 영화 후보작으로 선정된 걸 엄청 홍보하던데. 처음엔 외국어 영화 후보가 된 줄 알았다니까. 그래도 ‘이것이 한국의 멋이다!’라고 화려하게 선전하는 대신 은근히 당시 궁중 문화를 담아 낸 게 좋았어. 근데 추석 연휴에 무겁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궁중 가족극’을 관객이 선뜻 선택할까?

▽김=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랑 아들이 손잡고 가서 보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겨운 추석 연휴에 어울리는 결말 아닌가. 거기다 ‘베테랑’으로 한창 물오른 유아인의 티켓 파워가 이 영화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봐.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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