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시 아이 워즈 히어’

영화 ‘위시 아이 워즈 히어’에서 아들 터커, 딸 그레이스, 그리고 아버지 에이든(왼쪽부터)은 학비를 낼 수 없어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진다. 안다미로 제공
10일 개봉한 ‘위시 아이 워즈 히어’(15세 이상)는 몸만 큰 어린애 같은 가장 에이든의 성장담이다. SF 영화와 드라마광이었던 그는 여전히 영화 속 히어로를 꿈꾸는 철없는 ‘애어른’이다. 그나마 자식과 아내라도 있는 그와 달리, 동생 노어(조시 게드)는 한때 천재로 불리던 과거를 뒤로한 채 트레일러에 살며 악플을 다는 것을 낙으로 삼는 구제불능으로 그려진다.
대책 없는 형제의 성장에 촉진제 주사를 놓는 것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아버지의 죽음이다. 유대교 집안의 엄격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아들에게 쓴소리를 할 정도. 그런 아버지를 감당하며, 죽음이 목전인 아버지를 만나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는 동생을 설득하고, 직장생활로 지친 아내를 달래고, 또 아이들까지 챙기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소 산만해 보이는 영화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 각자의 모습을 담는 순간에 힘을 갖는다. 할아버지에게 보안경을 선물하며 “천국에서 눈이 부실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손녀나, 평생 반목하던 아들을 죽기 직전 만나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 흘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힘든 일도 함께 겪어내고 서로를 위해 나서는 것이 가족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들 사이의 돋보이는 연기 호흡으로 담아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