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스포츠부 차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73%가 인터넷 도박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스포츠 도박이다. 스마트폰으로도 베팅이 가능하니 부모의 감시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다. 스포츠 도박에 맛을 들인 청소년들이 대학생이 되면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운영하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최고 징역 5년 이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1000곳이 넘는 불법 사이트의 수십만, 수백만 이용자를 제대로 단속할 방법은 없다. 집안 살림을 거덜 낼지언정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기에 죄의식도 희박하다.
해당 종목에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는 선수들로서는 일반 학생도 쉽게 하는 스포츠 베팅을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죄의식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스포츠토토를 프로 선수들이 구매하지 못하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박에 중독되면 승부 조작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달영 변호사는 “스포츠 도박에 대한 젊은 선수들의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법이다.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