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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재미 삼아 베팅? 바늘 도둑이…

입력 | 2015-09-11 03:00:00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프로농구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코트를 잠시 떠나 있던 5년 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곤 했다. 이론과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그의 강의에 학생들이 몰려든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학생들이 정작 관심을 가진 것은 강의 내용이 아니라 프로 팀 감독을 한 그의 ‘족집게 예상’이었다. 추 감독은 “어느 경기를 찍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꽤 받았다. 불법과 합법을 막론하고 대학생들 사이에 스포츠 도박은 인기였다. 등록금을 몽땅 날린 학생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73%가 인터넷 도박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스포츠 도박이다. 스마트폰으로도 베팅이 가능하니 부모의 감시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다. 스포츠 도박에 맛을 들인 청소년들이 대학생이 되면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운영하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최고 징역 5년 이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1000곳이 넘는 불법 사이트의 수십만, 수백만 이용자를 제대로 단속할 방법은 없다. 집안 살림을 거덜 낼지언정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기에 죄의식도 희박하다.

경찰이 전·현직 프로농구 선수 1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은퇴한 1명은 승부 조작, 나머지 11명의 현역 선수는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다. 이들은 모두 “대학 시절 재미 삼아 베팅을 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해당 종목에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는 선수들로서는 일반 학생도 쉽게 하는 스포츠 베팅을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죄의식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인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스포츠토토를 프로 선수들이 구매하지 못하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박에 중독되면 승부 조작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장달영 변호사는 “스포츠 도박에 대한 젊은 선수들의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법이다.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