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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형준]野 ‘국감 사생결단’ 외치더니… 집안싸움 사생결단

입력 | 2015-09-12 03:00:00


황형준·정치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생(四生·안정민생 경제회생 노사상생 민족공생)’을 기조로 내세웠다. 발음이 같으니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임하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의 무대’인 국감 첫날 움직임은 이 같은 기조를 무색하게 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실정을 파헤치기는커녕 당내 투쟁의 사생결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발단은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이었다. 직전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급기야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만나 ‘반(反)문재인 연대’ 결성에 나섰다.

이에 자극받은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카드’로 대응했다. 이에 “사생결단 국감”을 외치던 원내 사령탑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내홍만 깊어졌다.

국감 첫날인 10일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콩밭’을 향했다. 어수선한 당 사정 때문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방부 국감에 참석한 뒤 오후에 의원회관으로 가 당 현안 논의에 매달렸다. 이 원내대표도 국무조정실 국감에 지각 출석했다.

11일 국감은 더욱 뒷전이었다. 문 대표가 재신임 강행을 선언해 당내 혼돈은 더해졌다. 당 확대간부회의가 길어져 문 대표 등 일부 의원은 국감에 지각하거나 자리를 비웠다. 의원들도 하루 종일 계파, 중진 등 다양한 단위에서 만나기 위해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자성론도 없지는 않지만 때도 늦었고,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도 못했다. 송호창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국감이 정부, 여당의 책임을 밝히는 기회가 아니라 제1야당의 분열과 무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듯해 속이 새까맣게 탄다”고 토로했다. 안 의원도 “국감에 집중하겠다. 국감이 끝날 때까지 더이상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 많은 국민은 친노, 비노란 말만 들으면 짜증을 낼 것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 집중하기보다는 집안싸움으로 허비하는 야당에 과연 어느 누가 박수를 칠까.

황형준·정치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