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변칙 대물림없게 5년간 준비”
정부가 노인 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부(富)의 이전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증여세제를 손질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에서 “고령화의 진전으로 구조적인 소비 부진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로 부의 이전이 필요하다”며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증여세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여세제 합리화를 주장해 왔다. 지난해 9월 “세 부담 없는 변칙적인 부의 대물림은 방지하면서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상속·증여세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려 했다.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손주에게 주택·전세자금을 증여할 때 한도를 정해 비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우려해 이를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부는 이처럼 증여세를 합리화할 경우 젊은 세대의 소비 여력이 커져 위축된 내수에 숨통이 트이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젊은층이 늘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돈이 돌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가 젊은층으로 이전되면 침체된 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득세와 관련해선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일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연말정산 보완대책 등의 영향으로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48%까지 올라간 상태다. 야당이 세율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에 대해선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법인세 과세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구조조정과 청년고용에 나서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기재부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를 조정하는 한편, 정책 목적이 달성된 비과세 감면도 꾸준히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