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이승한 지음/468쪽·2만 원·푸른역사
국내에서도 충혜왕이 음행을 많이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한 나라의 군주를 마음대로 잡아다가 유배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원과 고려의 관계가 어땠는지 잘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뒤에는 원의 후궁으로 선발돼 들어갔다가 황제의 정부인이 된 기황후의 개인감정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혜왕이 사소한 다툼으로 기황후의 다섯째 오빠인 기윤의 집을 허물어버리자 기황후가 직접 손을 썼다는 것.
고려 문벌귀족 시각에서 보면 부원배는 원에 빌붙어 권력을 탐한 자들이지만 세계 제국의 시각에선 원나라의 세계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주역이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선조 역시 몽골에 귀화했던 무장들이었다. 제목처럼 이 시기는 고려 왕조의 위기임과 동시에 세계화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는 이중적 측면을 갖고 있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