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동물원/이안 글·최미란 그림/108쪽·9500원·문학동네
이 책에 실린 동시는 콩 알을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어 먹듯이 글자 하나하나 짚어 읽어보기를 요구합니다. 우리 글자가 가지고 있는 형태적인 특징, 의미나 소리와의 연관성 등을 섬세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읽어 볼까요? ‘절대 이 책릉 거꾸로 꽂지 마시오/문이 곰릉 열고 탈출할 수도 있…’(른자동롬원). 문과 곰이란 글자의 형태적 특징만으로 우리에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합니다.
‘토토토 토토토/토란잎에 떨어지는/빗소리를 기다리자/ (중략) /토토토 토토토 빗속을 달려오는 우체부 아저씨 빨간 오토바이를 기다리자’(토란잎 우산)에서처럼 소리와 형태가 비슷한 느낌이 주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찧자빻자/쿵콩쿵콩/찌로ㅎ을/찧자찧자/쿵콩쿵콩/빠로ㅎ을/빻자빻자/쿵콩쿵콩/찌빠만세!’(마늘 묵찌빠)에서는 우리 글자가 가진 형태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 시를 옮기는데 컴퓨터 자판은 끊임없이 오타라 말합니다. 시인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