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골프장 전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플레이 조언은 물론 집밥 해 먹이기까지
컷 탈락 결정되자 언성 높이며 화내기도
한국선수 부모들 유별난 뒷바라지 눈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로 펼쳐진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일찍부터 프랑스로 이동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랭킹 1위 전인지(21)는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 출전도 포기한 채 일찍 에비앙에 도착해 우승담금질을 시작했다. 선수가 대회를 준비하듯 부모도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부모마다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방식이 다르다.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만난 부모의 모습을 훔쳐봤다.
● 코치형
● 갤러리형
B선수의 부모는 단단히 준비하고 골프장에 온다. 손에는 접이식 간이의자가 들려 있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나타난다. 어깨에는 작은 가방을 메고 있다. 그 안에는 김밥부터 과일, 빵, 음료와 물 심지어는 비옷까지 담겨 있다. 18홀 동안 경기를 보면서 필요한 물품과 날씨의 변화까지 대비한 철저한 준비다. 갤러리형 부모는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조용하게 경기를 관전하는 과묵형과 버디가 터질 때마다 목청 높여 응원하는 저돌형이 있다. 갤러리인척 하지만 누가 봐도 선수 가족임을 알 수 있다.
● 게릴라형
C선수의 부모는 경기가 시작되면 빠르게 걷는다. 갤러리형과 달리 잘 보이지 않게 숨어 다닌다.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행동이다. 게릴라형의 특징은 선수보다 한 템포 빠르게 이동하면서 경기를 관전한다. 예를 들어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을 때 부모는 공이 떨어지는 페어웨이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다. 딸의 티샷 거리 등을 잘 알고 있는 부모는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간혹 공이 해저드나 OB구역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볼 때는 탄식을 하면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한대로 정확하게 공이 떨어지면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다시 그린으로 이동한다.
● 풀 서비스형
● 무관심형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부모는 그저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해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물론 이런 부모는 많지 않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성적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투어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루키 선수 부모 중에선 거의 없다. 보통 4∼5년 이상 투어 경험이 있고 수시로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의 부모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D선수의 부모는 골프장에 도착하면 매니저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본인은 쉴 공간부터 찾는다. 경기에 따라 나가는 건 극히 드물다. 어차피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 부모가 코스에 따라 나가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선수가 경기를 시작하면 성적이 잘 보이는 스코어보드 앞을 서성이거나 TV 혹은 휴대폰을 보면서 계속해서 성적을 확인한다.
에비앙(프랑스)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