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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는 13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전에서 메이저리그 역대 27번째 ‘500홈런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과 환희를 누렸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탬파베이 원정서 개인통산 499·500홈런
빅리그 데뷔 18년만에 역대 27번째 달성
편견과 차별의 벽을 뛰어넘었다.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스(40·보스턴)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27번째로 ‘500홈런 클럽’에 가입했다.
오티스는 13일(한국시간)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4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3안타 중 2개가 홈런이었다.
● ‘반쪽짜리’ 선수
1997년 미네소타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오티스는 방망이 실력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었다. 큰 몸집 때문에 수비와 주루가 엉망이었다. 6년 동안 쏘아 올린 홈런도 58개에 불과했다. 2002년 20홈런 75타점의 알토란같은 성적을 올렸지만, 미네소타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반쪽짜리 선수에게 연봉 대박을 안겨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보스턴은 달랐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받은 오티스는 팀을 옮긴 첫 해부터 31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매니 라미레스와 환상의 콤비를 이룬 오티스는 2004년 타율 0.301, 41홈런, 139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86년간 이어져온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숙적 뉴욕 양키스와 치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선 2경기 연속으로 끝내기 홈런을 때려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첫 3경기를 모두 패해 벼랑 끝에 몰린 4차전에서 오티스는 연장 12회말 폴 콴트릴로부터 끝내기 홈런을 빼앗았다. 이어 5차전 연장 14회말에는 에스테반 로아이사에게서 끝내기 홈런을 뽑아냈다. 결국 보스턴은 오티스의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앞세워 챔피언십 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3연패 뒤 4연승의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 끊임없는 약물복용 연루 의혹
오티스는 보스턴 소속으로 테드 윌리엄스, 지미 폭스, 매니 라미레스에 이어 4번째로 500홈런을 기록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소속으로는 새미 소사, 라미레스, 앨버트 푸홀스에 이어 역시 4번째다. 또 500개 이상의 홈런을 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 이상 차지한 4번째 선수도 됐다. 나머지 3명은 베이브 루스, 미키 맨틀, 레지 잭슨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양키스 소속으로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남들보다 유난히 큰 체격과 엄청난 파워 때문에 오티스는 늘 약물복용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뉴욕 타임즈는 “오티스가 2003년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약물복용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티스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악의에 찬 보도에 늘 시달려왔다. 아마 메이저리그에서 나만큼 도핑테스트를 많이 받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무작위로 실시한다는 테스트를 지금까지 80번 이상 받았다. 한 시즌에 열 차례 이상 클럽하우스나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오티스의 통산 성적은 타율 0.284에 500홈런 1628타점. 3차례나 보스턴을 우승으로 이끈 그는 본인의 주장처럼 약물복용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지명타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