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노동개혁 잠정 합의]합의 배경과 주요 내용
“잠정 합의문”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13일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노사정 4자 대표가 노동시장 개혁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잠정 합의문(조정문안)을 직접 들어 보이며 잠정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특히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을 때마다 노사정 대표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며 리더십을 발휘한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이 고비를 맞았을 때 김대환 위원장이 던진 ‘승부수’가 통하면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 김대환 위원장의 승부수
그러나 지난달 28일 한국노총이 협상에 복귀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노총은 두 쟁점을 논의는 하되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도 ‘지침(가이드라인)’이란 표현을 합의문에 넣자는 기존 입장을 바꿔 “법과 판례에 기초해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김대환 위원장이 10일 브리핑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 쟁점 2개에 대한 노동계와 정부의 견해차가 줄어들면서 협상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진 협상에서 노동계가 “정부의 대안이 사실상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협상은 진통을 겪었다. 지침이란 표현만 빠졌을 뿐 정부 입장이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11일 노동개혁 법안 독자 추진 방침을 밝히는 등 협상은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았다.
결국 승부수는 김대환 위원장이 던졌다.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정 대표들은 12일 저녁부터 집중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대환 위원장은 양측의 입장을 절묘하게 절충한 사실상의 중재안(조정문안)을 제시했고, 13일 다시 한 번 내부 논의를 거친 노사정 대표들은 최종 문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김 위원장의 승부수가 통한 시점이었다.
일단 노사정은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고,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고 합의했다. 해고,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지침을 마련하자고 했던 정부의 주장을 노동계가 일부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특히 ‘명확히’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면 ‘노사 및 관련 전문가의 참여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일반해고를 법제화하자는 것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또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문안을 넣어서 노동계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넣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2년→4년)과 파견 업종 확대(제조업, 고령자 전문직까지)는 노동계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전문가 논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은 이번 정기국회에 반영하자는 정부의 주장도 문구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주 국회에 상정할 노동개혁 법안에 합의 내용을 모두 반영하고, 노동계와의 합의 내용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업무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低)성과자에 대한 해고. 통상해고의 요건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23조의 규정을 따른다. 정부는 일반해고에 대한 세부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서 관련 분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취업규칙 ::
임금, 근로시간, 휴일 등 근로조건이 담긴 회사의 규칙. 노동조합이 없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장의 근로조건은 취업규칙에 따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쪽으로 개정하려면 노조나 근로자 대표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