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외국기업 간 카르텔’ 첫 기소 베어링시장 세계 1, 2위 업체 ‘올릴 땐 대폭, 내릴 땐 찔끔’ 합의 자진신고한 2위 회사는 기소 제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을 상대로 8년간 부품 가격을 담합한 일본 베어링 업체가 한국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이 외국에서 외국 기업들끼리 맺은 ‘국제 카르텔(담합)’에 국내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2003∼2011년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소형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소형 베어링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일본 미네베아와 미네베아 한국지사를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미네베아와 함께 제품 가격을 담합한 세계 2위 업체 일본정공(NSK)은 자진신고 감면 제도(리니언시)에 따라 기소되지 않았다. 소형 베어링은 정밀전자제품 등에 주로 쓰이는 부품으로 0.00001mm까지 계측해 제조해야 하며, 일본의 두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일본 도쿄에서 여러 차례 비밀리에 접촉해 한국 시장에 판매할 소형 베어링의 가격·물량·판매처를 공동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회사의 한국지사는 본사 지시대로 8년간 판박이 가격 정책을 펼쳤다.
검찰은 2012년 기준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했던 두 회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수요자인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본사 간 합의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한 미네베아 한국법인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혐의를 자백하고 재발 방지 약속까지 했다. 공정위는 미네베아 본사와 한국지사에 과징금 49억 원을 부과하고 1월 검찰에 고발했다.
그동안 흑연전극봉, 비타민 담합 사건 등 국제 카르텔에 대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린 적은 있었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활동의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은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