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대법원도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요건에 관한 판결, 여성도 종중 구성원이라는 판결,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기준 판결처럼 법령해석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있다. 이런 법령해석이 신중하고 올바르게 이뤄져야 사회가 더 바람직하게 발전한다. 그러므로 대법원이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미 연방대법원이 연간 약 80건만 처리하는 반면 우리 대법원은 3만6000건이 넘는 사건 속에서 신음한다. 그중 전원합의체 판결은 약 20건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법원의 법령해석기능은 정상 작동할 수 없다.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다.
아무리 다양한 대법관들로 구성된 대법원도 연간 3만6000건이 넘는 사건 앞에서는 법령해석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제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개인과 직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핵심은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의 법령해석기능 정상화에 있다.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다. 제19대 국회가 입법적으로 결단해야 할 때이다.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