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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햅틱, 인간과 기계의 스킨십

입력 | 2015-09-14 03:00:00


“달라진 것은 단 하나, 바로 ‘전부’입니다.” 애플은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행사에서 이렇게 자랑했다. 특히 이번 모델의 스펙 중 ‘3D터치’ 기능 탑재를 가장 강조했다. 톡톡 건드리기(tap), 누르기(press), 세게 누르기(deep press) 등 손끝으로 화면을 누르는 압력 강도를 3단계로 구분해서 휴대전화가 인식한다는 것이다.

▷내 몸으로 직접 다양한 기기와 상호 소통하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휴대전화뿐 아니라 TV와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 게임, 손목시계나 안경 같은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등으로 활용 범위가 갈수록 넓어진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결합한 스마트카는 충돌 위험 요소가 나타날 때 ‘주인님’에게 알려주는 건 물론이고 위급 상황일 때는 스스로 제동장치를 작동하는 등 이동 수단을 넘어 스마트 기기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2007년 버튼 없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폰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삼성전자는 ‘만지면 반응하리라’란 광고와 함께 ‘햅틱폰’을 내놓았다. 그리스 말로 터치를 뜻하는 햅틱(haptic)은 ‘촉각의’ ‘촉각적인’이란 의미다. 그래서 인간의 오감 중 촉각 효과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햅틱 테크놀로지라고 한다. 너무 앞서갔기 때문일까. 당시 삼성이 내놨던 ‘연아의 햅틱폰’은 그리 히트 치지 못했지만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따라 시각 청각을 넘어 촉각 중심 기술이 이제야 각광받고 있다.

▷햅틱 기술의 부상은 인간과 기계의 진화하는 스킨십을 보여준다. 이를 활용하면 전화나 메시지가 왔을 때 획일적인 진동 대신 개인마다 그 강도와 리듬을 조정해 맞춤화한 촉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나만의 감성을 자극하는 첨단기기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것은 경이롭지만 조금은 두렵다. 내 몸과 기계의 접촉시간이 늘고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궁극의 편리함을 이유로 인간이 아예 컴퓨터 칩을 신체에 이식하는 자발적 로봇화의 길로 가는 건 아닌지 해서 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