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삼포세대, 오포세대, 사토리 세대. 용어는 달라도 이런 신조어 앞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근심은 한결같다. 과거의 청년문제가 고난과 도전 그리고 좌절로 대변되었다면, 현재는 포기와 절망에 가까워졌다.
일찌감치 스스로가 루저(Loser)임을 자처하며 청년으로서 마땅히 꿈꾸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 삼포세대, 거기에 인간관계와 집을 포기하면 오포세대라 하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면 칠포세대가 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한 나라의 청년들이 왜 이렇게 우울한 자화상을 가지게 되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절망의 이유는 너무나 많다. 딱히 개인의 잘못도 아닌데 맞닥뜨리게 된 무한경쟁의 시대와 그로인한 낙오와 절망. 화려한 스펙을 지니고서도 그에 합당한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젊은 청춘들.
물론 그 절망의 이유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절망의 이유들이 부정적 꼬리표로 당연하게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부모세대가 돈이 많아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교육한 것은 아니다. 더 먹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도 가정을 꾸렸고 자녀들을 양육하여 지금의 세대를 낳았다.
과거에 결혼과 육아의 문제는 환경과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성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당위성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결혼과 육아를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청년들조차 그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그것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무엇인가에 부정적인 인식이 박히고 그것에 꼬리표가 붙으면, 그 꼬리표는 점점 자기강화적 성격을 띠게 되고, 그것이 일종의 편견과 선입견과 같은 확증편향(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현상)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결혼과 육아가 선택의 문제가 된 시대라면, 적어도 그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과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대가족 속에서 살던 시대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모로서의 역할과 지침이 전승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부모되기를 막연하고 두렵게 생각한다.
필자는 지자체의 요청으로 전국을 돌며 밥상머리교육을 벌이고 있다. 매회 강연을 이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들이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얼마나 열망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분명한 것은, 인간이 남기는 유전자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영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과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포기해버려야 할 시시한 일이 절대 아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제는 부모됨의 가치를 알려주는 부모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
임영주 교수는...
임영주부모교육연구소 대표, 부모교육전문가,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아동문학가, EBS자문위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BLOG. http://blog.naver.com/bumodream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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