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분석한 수원 권창훈의 3월(왼쪽)과 8월 활동 반경. 공을 많이 소유한 구역(짙은 부분)이 확연히 바뀌었다. K리그 제공
▷코페트가 이 책을 처음 썼을 때는 1960년대였다. 야구에서도 요즘 같은 다양한 통계기법이 나오기 전이었으니 ‘22명이 동시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축구는 통계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었으리라. 세월이 흘러 도구가 발달했다. 축구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008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본 국내 축구팬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익숙했던 볼 점유율, 패스 성공률은 기본이고 뛴 거리와 활동 반경, 순간 속도까지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했을 때 일부 외신은 ‘12번째 선수’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일본 J리그도 3년 전부터 이를 활용하고 있다.
▷K리그는 5월 ‘DNA(Data and Analysis)’를 도입했다. 2년 전 장기 비전을 수립할 때 이를 포함시켰고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을 받아 실행하게 됐다. 현재 K리그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영상 분석이다. 녹화한 경기를 돌려 보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입력시킨다. ‘사후 수작업’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히트 맵’이다. 선수가 볼을 소유한 위치를 분석한 것이다. ‘슈틸리케호’의 샛별로 떠오른 수원 권창훈의 사례를 보자(그림). 그는 시즌 초만 해도 공격보다는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그림을 보면 짙은 부분이 자기 진영에 몰려 있다. 하지만 정대세의 이적 후 권창훈은 전진 배치됐다. 공격에 적극 가담하면서 활동 폭이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창훈의 이런 능력을 대표팀에서 십분 활용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