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그런데도 아이폰6S에 쏠리는 전 세계의 관심은 특정 제품에 대한 것 그 이상이다. 일부 나라에선 하루가 채 안 돼 예약 판매가 마감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지속적인 혁신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누리는 것도 많다. 고객들은 단지 한쪽을 베어 먹은 사과 문양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박수부터 치고 보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샤넬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샤넬이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에선 아이폰이 그렇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미국 뉴욕에서 윌리엄 더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강의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더건 교수의 저서 ‘제7의 감각-전략적 직관’이 꽤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아이디어들을 훔친 뒤 이를 직관적으로 융합시키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KAIST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당시 강의에서 더건 교수는 나폴레옹과 피카소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잡스는 MP3 플레이어 ‘아이팟 터치’에 통화 기능을 얹어 전혀 다른 개념의 휴대전화를 탄생시켰다. 2000년대 중반까지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기존 전화기를 더 작고 더 예쁘게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휴대전화를 만든 적이 없는 애플이 똑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해서는 승산이 없었다. 대신 ‘손 안의 PC’라는 잡스의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림으로써 이전에 없던 시장을 창출해냈다. 후발주자 애플은 단숨에 시장의 선도자가 됐다.
물론 스마트폰도 이제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많다. 더는 ‘기술적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세상을 뒤바꿀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더건 교수는 “역사를 쓴 획기적 아이디어에 새로운 사실들은 없다. 다만 새로운 조합이 있었을 뿐이다”고 했다.
국내 기업에도 애플이 될 기회는 분명히 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