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사람’도 얻었다. 화생방훈련에서 자신을 도와준 김현숙 그리고 성격이 비슷한 한채아가 그들이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두 번째 싱글 ‘쎈 언니’ 발표한 제시
‘센’이미지 재밌게 노래했지만 편견 싫어
‘진짜 사나이’ 출연 힘들어도 자신감 얻어
“랩·노래 색깔 분명한 아티스트 되고 싶다”
제시는 어려서 여군을 선망했다. “여자로서 나라를 지키는 일이 매우 멋있는 일”이라 생각한 때문이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출연을 제안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선망했던 군대를 “드디어”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입대’ 전날 밤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입대를 포기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친 채 훈련소로 향했던 까닭에 “모든 것이 힘들었고 스트레스”였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이 서툰 제시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군대용어는 그야말로 ‘멘붕’(멘털 붕괴)을 가져다줬다. 몸은 천근만근 말을 듣지 않았고, 알 수 없는 군대용어에 우왕좌왕했다. 보이지 않는 ‘고문관’ 낙인이 찍혔다.
그래도 군대를 다녀오면 ‘철부지도 사람이 된다’고 한다. 제시 역시 짧은 군 생활이지만 군대를 경험하며 전우애를 느끼고, 계획적인 생활을 익히며 새로운 시야도 얻었다. 인생도 배우고 있었다. 어려운 훈련과 과제도 그런 깨달음 속에서 하나씩 완수할 수 있었다.
“규칙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게 낯설었다. 매일 똑같은 시간표대로 사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낯선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책임감과 의리, 단결을 배웠다. 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제시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질문의 뜻을 재확인하기도 했고, 대답은 ‘∼습니다’ 혹은 ‘∼니까’로 끝나는 ‘다나까 말투’였다. ‘진짜 사나이’의 여운은 그렇게 진했다.
“(‘진짜 사나이’ 동료)언니들이 참 고마운 게, 너무 잘 챙겨주고 파이팅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잘 이겨낸 것 같다. 부모님은 제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15일 발표한 두 번째 싱글 ‘쎈 언니’는 자신의 이런 이미지를 재미있게 노래한 것이다. ‘컨피티션’ ‘난쟁이’ 등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뱉은 말 중 시청자의 관심을 얻었던 단어들을 가사에 녹였다. 제시는 “재미있고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생긴 게 이래서 어쩔 수 없지만 알고 보면 여리고 눈물도 많다”며 ‘세다’는 편견을 지워달라는 제시. 음악 역시 특정 장르와 콘셉트에 갇히지 않고 여러 장르의 음악을 두루 선보이는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여러 장르를 할 수 있기에 음악 콘셉트는 항상 바뀐다. 랩이나 노래나 모두 나의 색깔이 분명해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면 즉시 제시를 떠올려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제시는 ‘쎈 언니’로 당분간 가수 활동을 벌이지만, 앞으로 몇 차례 더 ‘진짜 사나이’ 녹화가 남아 있다. 그는 “남은 녹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른 세상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데 만족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