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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세종시로 옮긴후 정책의 質 떨어져”

입력 | 2015-09-16 03:00:00

건전재정포럼-동아일보 좌담회 “대면보고 줄어들어 오류 발생
관피아 추방 분위기에 복지부동… 출장제한-전화회의 활성화 필요”




“같은 공무원인데 세종시로 내려간 후에 ‘정책 반응속도’가 확연히 느려졌어요.”

“세월호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해결 과정에 공무원이 안 보입니다.”

최근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9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지 이달로 만 3년이 되면서 서울-세종으로 이원화된 조직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관피아 척결’ 분위기에 복지부동 공무원도 늘었다.

건전재정포럼과 동아일보는 15일 ‘흔들리는 공직사회’를 주제로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전직 장관 등 공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공직사회가 흔들리면 국민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 재정건전성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세종시 이전 이후 장차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자주 자리를 비우다 보니 회의로 의견을 모으기보다는 단순 보고를 통해 의사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사회를 본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는 “세종시는 매일 기관장이 없는 속칭 ‘무두절(無頭節)’이어서 조직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과거에는 여러 단계의 대면보고를 통해 공무원 역량을 키우고 정책을 보완했는데 지금은 오류가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수도권에 있는 정책 수요자, 전문가를 만날 기회가 적어 현장감도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화회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최 대표는 “우선 청와대, 국회부터 공무원들을 함부로 불러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자질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달곤 가천대 석좌교수(전 행정안전부 장관)는 “작은 규모의 시군도 예산이 3000억∼4000억 원이나 되는데 비슷한 매출 규모의 기업 직원들과 비교하면 공무원들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민간기업에 일반해고가 도입되는 흐름에 맞춰 누구나 인정하는 저성과자까지 무조건 신분 보장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관기관에 취업하는 퇴직 공무원들을 ‘관피아’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공직사회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 이사장은 “이해가 상충되는 업무만 못 하게 하는 등 행위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한 번 사업 예산을 따냈을 때 무조건 다 쓰도록 돼 있는 구조를 고쳐야 예산낭비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종해 전 전남 보성군수는 “지자체가 보조금 사업에서 예산을 절감하면 무조건 반납하기보다 유사 사업에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장이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공사 전에 제대로 검토해서 설계 변경만 하지 않아도 예산의 10%는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