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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주니어를 위한 칼럼 따라잡기]쿠르디의 비극에서 꽃제비를 본다

입력 | 2015-09-16 03:00:00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알란 쿠르디는 피노키오 인형 같은 모습으로 엎어져 있었다. 세 살배기 소년은 부모와 다섯 살 형을 따라 터키를 거쳐 그리스 코스 섬으로 향하던 시리아 난민이었다. 터키 영토 바로 앞일지라도 코스를 비롯한 이 일대 섬은 그리스 땅이다. 그래서 이들 가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연합(EU) 국가인 그리스에 발을 디디려고 했던 것이다.

1990년 제정된 더블린 조약에 따라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국가가 받아들이게 돼 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사상적 차이로 박해(해롭게 함)받는 것을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각 나라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난민의 수가 넘친 데다 대다수 난민이 복지 혜택이 풍부한 독일 영국 스웨덴행을 원하기 때문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가까스로 유럽 대륙에 들어와도 곧 ‘제2의 탈출’을 시도한다. 헝가리는 난민 열차까지 운행하다가 서유럽 국가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국경에 철책을 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갓길에 주차된 냉동트럭에서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난민 7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헝가리에서 난민 등록을 하지 않으려고 불법으로 국경을 통과하다 밀입국(몰래 국경을 넘음) 브로커에게 버림받고 변을 당했다.

지옥과 다름없는 사태를 보다 못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다른 서유럽 국가, 특히 영국이 함께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간 쿠르디의 죽음을 계기로 난민을 추가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난민과 쿠르디의 비극에서 기시감(처음 겪는 상황이나 장면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에게도 탈북난민이 있기 때문이다. 압제(권력으로 꼼짝 못하게 누름)와 굶주림을 피해 탈북한 사람이 중국에만 3만 명, 그 가운데 1만 명이 난민 대접도 못 받는 어린 탈북자로 추정된다.

꽃제비(집 없이 떠돌면서 구걸하는 가난한 북한 어린이)들이 영하 20도 추위 속에서도 맨발로 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채널A의 방송 영상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해변에 엎어진 쿠르디의 시신 사진에 세계가 우는데 중국-북한 국경에서 숨이 꺼져가는 꽃제비들은 그만한 관심을 못 받는 것 같다.



1. 다음 중 본문 첫 번째 문단을 읽고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고르세요.

①코스 섬은 터키 땅이다.

②터키는 유럽연합(EU) 국가가 아니다.

③그리스는 유럽연합(EU) 국가가 아니다.

④코스 섬은 터키 땅과 멀다.

2. 글쓴이가 시리아 난민을 보고 기시감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유럽 내부에서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립니다.


독일, 프랑스 등은 경제 수준이 높아 난민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인도적인 이유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나라들은 ‘난민 같은 외국인이 자기 나라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 때문에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럽의 모든 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일부 나라만 받아들여야 할까요? ‘유럽 국가의 난민 수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타당한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글로 써보세요.

김보민 동아이지에듀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