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광주 한화-KIA전. 1회초 리드오프 정근우의 출루 후 한화 벤치는 2번 이용규에게 번트를 시키지 않았다. 13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1-0으로 앞선 3회 정근우가 출루하자 이용규는 강공을 했다. 선두타자 출루 후 번트가 거의 무조건반사처럼 작동한 이 팀에서 일어난 미세한 변화는 대량득점으로 연결됐다. 7점씩을 뽑아내며 2연승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KBO리그의 극단적 스몰볼 팀이었다. 강력한 벤치 통제에 의한 수비, 투수교체, 작전에 근거한 야구로 김 감독은 SK에서 ‘왕조’를 이뤘다. 그런데 김 감독의 방식은 예전과 거의 같은데, 지금 한화는 5위도 힘겹다. 단순히 SK에서 한화로 팀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 투수의 레퍼토리가 유행을 타듯 야구도 ‘메가트렌드’가 있다. 현재 KBO리그의 큰 물결은 ‘타고투저’다. SK는 디테일을 중시한 스몰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나, 최근 2년 연속 가을야구에 못 나간 데 이어 올해도 허덕이고 있다. SK 김용희 감독은 선수관리에선 ‘시스템야구’를 지향했으나, 정작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는 과거의 스몰볼을 답습 중이다. 순위가 위태로울수록 이런 경향은 심해졌다. 그러나 KBO리그의 압도적 톱4 삼성-NC-넥센-두산과 비교하면 한화, SK, KIA, LG 등 ‘투고타저’ 야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리빌딩 과정인 KIA를 제외한 3팀은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으나 결과적으로 방향성이 틀렸다. 이제 견고한 수비, 분업적 투수운용에 바탕을 둔 강력한 공격야구가 KBO리그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 이런 야구를 주도한 삼성이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향해 진격하고 있으나 슬슬 종말의 징조가 보인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평이다. 그렇다면 뉴 트렌드의 방향은 어디일까? 새로 건설되는 야구장이 그 단초를 제공할 듯하다. 삼성은 2015년을 끝으로 낙후된 대구구장을 떠나 새 구장에 들어간다. 넥센도 목동시대를 마감하고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 NC도 마산 새 야구장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SK도 2016년 전력 구성에 맞춰 외야 펜스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년 kt는 홈구장에 적합한 스쿼드가 얼마나 득점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kt 조범현 감독은 시즌 중 과감하게 용병투수와 간판 토종투수를 버리고 타자를 보강했다. 우타자에 유리한 수원 kt위즈파크의 환경에 최적화된 타선을 짜서 반전을 이뤄냈다. 야구는 선수가 하고, 선수는 감독이 기용한다. 그러나 중장기적 팀 디자인은 구단의 몫이다. 프런트가 똑똑해야 헛돈을 안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