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김현수(오른쪽). 스포츠동아DB
■ 김현수 잡고 싶은 김태형 감독의 진심
“아니, 3루 펑고를 왜 받고 있지?”
두산 김태형(사진) 감독은 16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취재진과 대화하던 도중 내야 펑고를 받고 있는 김현수를 발견했다. 외야수 김현수는 1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다른 내야 포지션은 소화할 수 없다. 3루 수비 위치에서 타구를 받고 2루 송구까지 하는 등 즐겁게 훈련하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며 “항상 뭐든지 즐겁고 신나게 한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가끔씩 다른 포지션에서 수비훈련을 해보는 경우가 있다.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되고, 본 포지션 수비에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넥센 박병호도 수년간 주 포지션인 1루가 아닌, 3루에서 펑고를 받곤 했다. 취재진이 ‘박병호처럼 3루 수비를 어필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김 감독은 “스카우트가 벌써 왔냐”며 덕아웃에 웃음을 안겼다.
감독 입장에서 ‘타격기계’ 김현수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선수다. 김 감독은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콘택트 능력이 있다. 상대가 약점을 막 파고들지는 않을 테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내 “쟤가 미국 가는 걸 내가 왜 생각하나. 한 20년 할부로 어떻게 안 되겠나”라며 붙잡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김현수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그는 “어딜 가나 적응을 잘하는 선수들이 있다. 강정호(피츠버그)도 그렇고, 김현수도 그렇고, 적응력이 워낙 좋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덕담을 잊지 않았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