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聯 혁신안 가결] 위기의 새정치聯, 무엇이 문제인가
재신임 1차 관문 넘은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가결된 뒤 밝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만장일치 가결이었지만 회의 도중 일부 의원이 퇴장하는 등 갈등이 적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만났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문 대표 책임론을 들고나왔을 때다. 김 전 대표가 도움을 청하는 문 대표에게 ‘왜 내가 대표할 때 친노(친노무현)가 그렇게 흔들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문 대표는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물었다. ‘그럼 말리기라도 하셨습니까.’ 문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2년 대선 직후 야당에선 자신들이 뽑은 대표를 흔드는 게 관례처럼 됐다.
반면 문 대표 측은 불과 4개 지역구 선거였던 4·29 재·보선 패배를 이유로 비노 진영이 문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명분이 부족한 흔들기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보면 ‘당 리더십의 부재’를 방증한다. 타협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상대를 아우르려는 정상적인 노력보다 ‘극약 처방’ 같은 비정상적인 방식을 쓰는 것이 체질화된 탓이다. 지난해 3월 김 전 대표가 안 의원과 전광석화처럼 통합을 발표한 것이나, 문 대표가 최고위원회 상의도 없이 전격적 재신임 제안을 내놓은 것도 쫓기는 마음에서 나온 한 수(手)라는 지적이다.
○ 계파 폐쇄주의로 갈라지는 당
이 같은 현상의 바닥에는 계파정치가 낳은 폐쇄주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폐쇄주의는 ‘더불어 살기’보다는 ‘갈라치기’ 정치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가 친노 지지층만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대법원의 유죄 선고에 대해선 “사법부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노 성향인 윤후덕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전화를 두고 당 윤리심판원에서 윤 의원이 ‘면죄부’를 받았을 때는 말을 아꼈다. 사실상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안 의원이 문 대표를 겨냥해 ‘혁신 대 반(反)혁신’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도 비슷한 속내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안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몸값 올리기 차원도 있다. 정치지도자라고 하면 당연히 권력투쟁에서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 당 내홍의 근원은 ‘불신’
새정치연합 내부 친노와 비노,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비노 진영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사석에서 ‘이 당에선 친노와 386그룹만 개혁적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고 한다”며 “우리는 믿을 수 없다는 말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친노 진영에서는 김 전 대표가 2007년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마치자마자 의원 20여 명을 이끌고 탈당했다는 점을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
이렇게 불신이 쌓였는데 각 계파 지도급 의원들은 당권을 잡고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의심을 키우는 행보를 하면서 당의 분열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