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관리본부 60명 체력단련행사… 위기상황시 부상자 구호 대비 외면
대한적십자사가 ‘산악안전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국립공원 출입금지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등 수년간 수시로 안전수칙을 위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교육이 되레 ‘불법행위 조장 교육’으로 전락한 셈이다. 또 북한이 준(準)전시상태를 선포한 국가안보 위기상황에서 야유회를 떠나는 등 근무기강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16일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5월 30일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산악안전교육을 진행하면서 출입이 금지된 부엉이바위 인근에서 교육을 실시했다. 출입금지 위반 사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16차례나 됐다. 또 국립·도립공원에선 야영이나 취사가 금지돼 있지만 적십자사는 교육생들에게 야영 및 취사도구를 가져오도록 해 같은 기간 5차례 자연공원법을 위반했다.
해빙기인 3월에는 낙석 위험이 있는 탓에 암벽 이용에 유의해야 한다는 안전수칙도 안 지켰다.
적십자사의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는 17일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수 한국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40여 명을 선발해 유엔과 미국 적십자사 등을 견학하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명 ‘반기문 프로젝트’로도 불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고교 재학시절인 1962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청소년 적십자 국제대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외교관의 꿈을 키웠던 데서 비롯됐다.
문제는 1인당 정부 지원금이 3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 각자 부담해야 하는 참가비가 300만 원을 넘으면서 저소득 자녀나 장애인 학생은 아직까지 참여한 적이 없다. 대신 적십자사 본사 임직원 2, 3명의 동행 경비로 매년 1300여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원예산을 늘려 취약계층 자녀의 꿈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