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첫 ‘외국어 스피치 대회’
15일 조계종의 외국어스피치 대회에 참가한 단체팀. 이들은 연극과 랩, 노래 등이 가미된 다양한 스피치를 선보였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옆의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주최로 승가대와 동국대에 재학 중인 ‘학인(學人) 스님’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외국어스피치 대회 예선이다.
이 대회에는 개인 41명, 단체 12팀(121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외국어스피치 현수막에 사용된 이미지.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그 순간, 스님은 영어를 제대로 배워 불교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제 포교에도 힘쓰겠다고 결심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기자에게 “대학도 법대에 진학해 영어 공부할 일이 별로 없었다”며 “생사(生死)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는데 영어 공부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쌍계사 승가대의 화원 스님은 ‘다도와 선’, 운문사 승가대의 현담 스님은 ‘사찰음식 시연’, 중앙승가대의 일원 스님은 ‘욕망’을 주제로 영어 스피치를 했다.
학인 스님들은 몇 개월 공들인 듯 4분 안팎의 시간 동안 대부분 유창하게 스피치를 진행했다. 전국노래자랑처럼 즉석 탈락을 알리는 ‘땡’ 소리는 없었다. 대신 시간이 경과하면 사회를 보는 스님이 ‘똑, 똑’ 하는 두 번의 목탁으로 예고했다. 이 소리에 마음이 급해진 일부 스님들은 말문이 막히자 머리를 긁적이며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 “영어, 정말 어렵죠” “결선에 올라 다시 이 무대에 꼭 서고 싶다” 등 즉석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예선을 통과한 개인 9명, 단체 5개팀이 10월 14일 같은 장소에서 본선 무대를 갖는다.
동학사 주지인 유곡 스님은 “시대가 바뀌어 영어 역시 출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의 하나가 됐다”며 “단순하게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경전과 불교 의식에 관한 내용을 담아 수행의 한 방편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