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 퇴임… “상고법원 빨리 처리돼야”
민일영 대법관(<<60>>·사법연수원 10기·사진)은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관의 업무량을 ‘살인적’이라고 표현했다. 2009년 9월 취임한 민 대법관은 “현재 대법원 체제로는 사법 신뢰를 언급하는 자체가 사치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대법관 생활 6년의 소회를 털어놨다. 올해 말까지 대법원에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수는 4만2000여 건. 대법관 12명이 휴일 없이 일해도 1인당 1년에 3500여 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 대법관은 독일 미국 등 사법 선진국처럼 대법원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이 최선이지만 상고 제한이 사실상 불가능한 우리 현실에서 상고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을 따로 담당하는 상고법원을 차선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고법원 설치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민 대법관은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 구절인 “자, 이제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풀에 덮여 무성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를 인용하는 것으로 퇴임사를 마치고 32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임 후에는 2년 임기인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부임해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할 예정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