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대목 스크린 승자는? <하>‘서부전선’
남복(오른쪽)과 영광은 ‘비밀문서’를 놓고 서로 싸운다. 천성일 감독은 “남복이 가져가야 했던 비밀문서는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는 암호문이었다”고 말했다. 올댓시네마
▽이새샘=근데 영광이나 남복이나, 왜 그렇게 ‘비문’과 탱크에 목숨을 거는 거야? 그냥 버리고 도망가면 안 되나? 그냥 ‘졸병’일 뿐인데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가 좀 이해가 안 되더라.
▽김배중=‘못 지키면 총살’이라는 말이 무서웠겠지.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쉽게 이해할걸. 난 오히려 ‘개콘’ 느낌의 콩트가 개연성 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이야기 전개가 아쉽더라고.
▽김=7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라는데 그때 나왔으면 오히려 새로웠겠다 싶어. 난 과장된 코미디가 거슬렸어. 특히 소와 탱크, 전투기까지 나오는 ‘3중 추격전’은 황당했다니까.
▽이=소가 전속력으로 달리면 시속 50km라니까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지. 난 그런 코믹한 요소가 장점이라고 봤어. 특히 둘이 탱크 안에서 초콜릿 갖고 티격태격하거나 탱크 운전하다 ‘몸 개그’ 하는 장면은 웃을 수밖에 없더라.
▽김=사투리 연기는 어땠어? “형 믿고 항복 햐∼” 하는 설경구의 충청도 사투리는 구수하고 입에 착착 붙어 보였는데 여진구의 북한 사투리는 좀 단조롭더라고.
▽이=천성일 감독과 설경구가 모두 충청도 출신이니 자연스러운 게 당연하지. 여진구는 보는 내내 ‘잘 컸다’ 싶던데. 순진한 학도병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여성 팬 좀 모으겠어.
▽이=그래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있지 않아? 아무것도 모른 채 전쟁에 끌려나온 졸병들, 말하자면 서민들의 애환도 보여주고, 또 그런 애환이 처음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는 점을 얘기해주잖아.
▽김=하지만 감동을 주려다 너무 질질 끄는 감이 있어. 대체 고향에 가고 싶다면서 ‘비문’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왜 그렇게 가질 않는 건지…. 영화의 만듦새에 비해 제작비(73억 원)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아. 손익분기점(280만 명)을 넘길 수 있을까.
▽이=탱크에, 전투기에, 소달구지까지 나오는데 그 정도면 뭐…. 천 감독은 지난해 800만이 넘는 관객이 든 ‘해적’의 시나리오 작가잖아. 그렇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라고 봐. 경쟁작인 ‘사도’ ‘탐정’이 15세 이상인데 이 영화가 12세 이상이라는 것도 장점이지. 모든 연령대를 아우른다는 얘기니까.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