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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걸]“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해요”

입력 | 2015-09-18 03:00:00

■Career & Style Mentor
쌤소나이트 코리아 마케팅 이사 김희정




간결한 디자인의 옷에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한 스카프와 가방을 특히 좋아한다. 헤어스타일은 손질이 간편한 커트 스타일을 고수한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1998년은 IMF로 취업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연봉이 더 많았던 대기업의 비서직을 마다하고, 중견기업의 마케팅 부서를 선택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마케팅이 기업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장기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되겠다 선택한 거죠. 그 때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발로 뛰며 마케팅을 배웠습니다.”

쌤소나이트의 한국 마케팅을 총괄하며, 쌤소나이트 ‘레드’ 브랜드의 아시아 디렉터까지 겸하고 있는 김희정 이사(41). 해외 유학이나 체류 경험 없이 17년 동안 국내 현장에서 갈고닦은 마케팅 경력으로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수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좋아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을 크게 느끼는 내 성격이 마케팅과 잘 맞다”고 소개한다.

“그동안 중견기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서 패션, 식음료, 생활용품 등 안 다뤄본 영역이 없을 만큼 다양한 마케팅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헤드헌터들이 남다른 이력이라고 해요(웃음). 업종이 특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마케팅에서만큼은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듭니다.”

그는 “상황은 달라도 마케팅 업무의 핵심은 다 비슷하다”고 말하며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겪으면서 해결 방법의 핵심을 아는 훈련이 됐다”고 말한다.

심플한 디자인의 빨간색 블라우스에 검정 팬츠를 받쳐 입었다. 튀거나 여성스러운 디자인보다는 단순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좋아한다.


‘쌤소나이트 레드’ 브랜드 성장 성과 인정받아 아시아디렉터 겸해

“전 직장을 옮길 때 원칙이 있어요. 어려움을 피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더 배울 게 있는 곳인가, 우선 봅니다. 후배들에게도 늘 장기적으로 ‘방향성’을 가져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얘기하죠.”

이전 직장인 대기업에서 지금의 회사로 옮길 때도 “조직이 작더라도 비즈니스 전체를 움직이는 일을 배우며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선택 기준이 있었다고 덧붙인다.

“쌤소나이트에서는 단순한 제품 판매보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확장에 마케팅을 집중했습니다. 여행용 가방 회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회사로의 이미지 변신이지요.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우리 브랜드 가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군을 넓히고 있습니다. 미국 본사가 인수 합병한 다양한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기도 하고,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기획하고 론칭한 ‘쌤소나이트 레드’ 는 김 이사가 특히 주력한 캐주얼 가방 브랜드다. 송중기, 김수현, 이민호 등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대학생과 직장인의 백팩 선풍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7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만에서도 2014년에 전년 대비 500% 성장하는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곧 유럽과 남미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레드’는 매출 신장뿐 아니라 ‘브랜드가 젊어지는’ 이미지 쇄신 효과도 가져왔다. 그는 ‘레드’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레드 브랜드 아시아 디렉터로 임명됐다.

구김이 가지 않는 플리츠 카디건은 평소에도 즐겨 입지만 출장 갈 때 꼭 가져가는 필수 아이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디렉터 중에는 해외 유학파들이 많습니다. 전 대학 때 잠시 어학연수 다녀온 것 외에는 해외 체류 경험이 없었죠. 처음에는 그런 배경을 갖지 못한 것이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키울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려면 영어 능력은 필수여서 퇴근하면 잠들 때까지 영어 방송을 틀어놓고 지낼 정도로 영어 공부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그는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라”고 조언한다.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과 사람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감정적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게 되죠. 스트레스는 본인 스스로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저는 남편과 둘 다 바빠서 시간을 내기 힘든 ‘타임 푸어(Time Poor)’ 부부지만, 잠들기 전 30분 정도는 꼭 남편과 대화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때가 제 힐링 타임이자 스트레스 해소 시간이에요.”

그는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역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활짝 웃는다.

“최근 가방 시장은 명품을 고집하기보다 실용적인 가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젊은 세대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면서 매일 편하게 들 수 있는 실용적인 가방 수요가 더욱 늘고 있습니다. 또한 노트북을 휴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백팩의 디자인이 비즈니스 룩에도 어울리도록 다양해졌습니다.”

김 이사가 즐겨드는 가방. 출퇴근용으로 매일 드는 가방은 가벼운 소재의 큼직한 가방을 선택한다. 같은 가방이라도 스카프로 묶어 변화를 주면 싫증나지 않아 오래 들 수 있다고. 사무실에는 클러치를 몇 개 가져다 두고 상황에 따라 옷차림에 맞춰 바꿔 든다고 한다.


그는 “매일 드는 가방은 가벼운 소재일 것, 수납공간의 분할이 잘 돼 있는 것, 즐겨 입는 옷과 컬러 매치가 잘 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저 또한 실용적인 캐주얼 차림을 좋아합니다. 업무상 해외 출장이 많아서 구김이 안 가는 소재,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옷을 즐겨 입죠. 저지 소재의 단색 원피스는 재킷을 덧입으면 정장으로, 스카프 한 장을 걸치면 식사모임에도 손색이 없어 특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의상과 잘 어울리는 가방으로 패션을 완성합니다.”

▼김희정 이사는…▼

1974년생.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쳤다. 1998년 한샘 마케팅 부서에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마케팅 분야에 입문했다. 1년 뒤 스와치그룹 코리아로 이직, 마케팅 매니저로 5년 간 근무하며 외국계 기업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경력을 쌓았다.

2004년부터 오비맥주에서 카스, 버드와이저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했고, 2006년 LG전자로 옮겨 글로벌 마케팅 전략 그룹장으로 일했다.

2012년 쌤소나이트 코리아로 이직, 쌤소나이트 마케팅을 총괄하며, 하이시에라, 하트만, 리뽀 등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했다. 현재 쌤소나이트 마케팅 총괄 이사와, 쌤소나이트 레드 브랜드의 아시아 디렉터를 겸하고 있다.
▼여행 가방의 대명사로 불리는 쌤소나이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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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년 제스 슈와이더가 미국 덴버에서 설립한 ‘슈와이더 트렁크 생산회사’에서 시작됐다. 1940년부터 쌤소나이트라는 지금의 브랜드명을 사용했는데, 여행용 가방인 만큼 튼튼하고 견고함을 강조하기 위해 성경의 삼손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쌤소나이트는 기존 여행가방 위주의 판매 비율을 비 여행가방 제품군과 50:50으로 맞추며 여행가방 전문기업에서 나아가 ‘가방 기업’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2014년에는 프랑스 캐리어 브랜드 ‘리뽀’와 모바일기기 케이스업체 ‘스펙’, 아웃도어 백팩 브랜드 ‘그레고리’를 연달아 인수했고, 올 초에는 여행용품 유통브랜드 ‘롤링 러기지’를 인수했다.

국내에는 1997년 쌤소나이트 코리아가 설립되면서 직진출했다. 쌤소나이트 코리아는 국내에서 ‘쌤소나이트 레드’를 직접 기획, 론칭해 해외에 역수출하고 있으며, 글로벌 그룹에서 인수한 브랜드 중 ‘하이시에라’ ‘하트만’ ‘그레고리’ ‘리뽀’ 등 한국 시장에 맞는 브랜드를 들여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글/김경화 (커리어 칼럼니스트, 비즈니스라이프 코치)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