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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中, 對北경고 넘어 치명적 응징수단 마련하라

입력 | 2015-09-18 00:00:00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그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위협에 대해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경제제재 이외의 대북(對北) 압박수단을 조율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 위협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미국이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1994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초정밀 폭격하는 계획을 수립한 적이 있다.

외교가에서는 케리 장관이 언급한 다른 수단에 북한 지배층을 겨냥한 금융제재가 포함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가해 북한 통치자금을 차단하는 방안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됐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았다.

2005년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에서 확인됐듯이 금융제재는 북한 정권에 치명적이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 깨진 이유가 미국의 BDA 금융제재에 있다고 보는 중국이 이번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찬성할지 주목된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입장을 철저하게 대변하는 관영언론들 역시 “중국도 유엔의 제재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행동으로 가장 곤란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이 더는 북한을 비호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다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5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은 23, 24일 미국과 서울 국방부에서 제8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어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북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전방위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의 ‘비정상적 사태’ 야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내일은 9·19 공동성명 발표 10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은 6자회담이 열리는 와중에도 2006년 1차 핵실험에 이어 2009년, 2013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중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선언하고 북이 거부할 경우 응징할 행동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해 대북제재 전선에 한국이 앞장서겠다고 천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