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5시간… 한국말로 또박또박
사과… 경청… 여유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해 국민과 의원들에게 사과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왼쪽 사진). 그는 5시간 동안 이어진 국감에서 때로는 심각하게(가운데), 때로는 웃으며 대답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회의원들의 날 선 질문에 신 회장이 진땀을 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망신 주기는 없었지만 의원들의 질문은 기존의 언론 보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총수를 불러 국회의 권위를 세우고 국민의 시선을 끌어보겠다는 보여 주기 식 시도였음을 확인케 했다.
신 회장은 오히려 여유만만하게 국감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송곳 질의가 없어서인지 답변도 지난달 기자회견 등에서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새로운 사실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신 회장이 38.8%, 14일 입국한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50% 갖고 있고, 호텔롯데 상장 시 30∼40% 지분을 신주로 발행한다는 정도였다.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인 국적 논란에 대해선 ‘롯데는 한국 기업이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적 논란을 종식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는 호텔롯데 상장 계획에도 드러났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신 회장은 내년 상반기(1∼6월)에 완료하겠다며 호텔롯데의 한국 지분을 장기적으로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롯데홀딩스 등 일본 회사들이 갖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은 99%다. 회사를 상장할 때 새로운 주주의 지분은 25% 이상이면 된다. 75%는 여전히 일본 회사의 지분이어도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일본 회사들의 지분을 절반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호텔롯데 상장의 이유에 대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해 100% 승인받았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지적에는 “노력하겠습니다” “개선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몸을 낮췄다. 증인석에 앉은 5시간 동안 대체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지만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회사들이 수조 원의 차익을 볼 것이라는 것과 일본 국적인 아들의 경영 참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긴장한 듯 표정이 굳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날 시종일관 한국어로 또박또박 답변했으나 일부 질문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이 “한국과 일본이 축구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묻자 잠깐 머뭇거린 뒤 크게 웃으며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미안하다”고 했다. ‘한국어로 응원하느냐’로 잘못 알아듣고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 것이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손가인 / 세종=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