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사 현주소]외국기업 CEO ‘노동시장’ 좌담회 외국기업 CEO가 본 한국노동시장
조목조목 비판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서 에이미 잭슨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잭슨 대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 유시탁 전 파카코리아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GM은 전 세계에 공장이 있는데 한국은 너무나 독특하다. 한국은 매년 임금교섭을 해야 하고 최근 5년간 인건비 상승률이 5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미국 GM 이사회에 가서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자’고 건의할 수가 있겠나.”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 “한국 지사에 신규 투자 힘들어”
호샤 사장은 “GM은 세계 30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매년 임금교섭을 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나는 1년에 2, 3개월 동안 임금협상에 매달려야 하는데 그러면 최고경영자(CEO) 일은 누가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루과이 GM 지사에서 근무했을 때 임금협상은 2년에 한 번이었고, 합의에 따라 4년에 한 번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적인 노조원의 행태에도 놀라워했다. “지난해에 노조원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사무실에 난입해 사무기기를 부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곳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호샤 사장은 “가장 극적이고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인건비 상승”이라며 “지난 5년간 기본급은 40% 정도 상승했고, 여기에 수당, 격려금 등을 다 합치면 인건비는 50% 상승했다”며 “세계 GM 지사 중 최고”라고 말했다.
잭슨 대표는 한 회원사 사장이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니 불확실성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미국에는 없는 규정이 너무 많다. 2010년 이후 본사에서 매년 1000억 원씩 한국 지사에 투자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신규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정밀 기계부품 회사인 파커의 한국지사장으로 20년간 근무한 유시탁 전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를 해야 했는데 민주노총 산하의 한 노조가 극렬하게 반대했고 법정 투쟁까지 이어갔다”며 “미국 본사는 불법 투쟁을 진압하지 못하는 한국 상황에 너무나 실망해 그 이후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다시 노조 문제가 일어나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도라이스와미 대사는 “인도에선 지난해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면서 생산성과 근로자 임금을 연동시키고, 임금협상 시기를 3년에 한 번으로 하며 사측에 불리한 법과 규정을 완화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 노사정 합의는 ‘환영’
토론자들은 예외 없이 노사정의 노동개혁 합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호샤 사장은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밀어붙인 이번 합의를 매우 환영한다. 노사정 3자가 모두 이긴 ‘윈윈윈’ 합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환경이 개선되면 향후 GM의 한국 투자도 분명 늘어날 것이다. GM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많은데 절대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노동 시장이 업그레이드되려면 연공서열보다 능력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박은서 기자